석진형(石鎭衡, 창씨명, 1877∼1946년)

                          총독부의 신임 두터웠던 절대 맹종파

 

일제의 식민지 입법조사에 협력

본관이 충주이며 호를 반아(槃阿)라 한 석진형은 경기도 광주 출신이다. 독학하다가 1899년 22세에 일본 유학을 떠나 고학으로 도쿄의화불(和佛)법률학교(지금의 법정대학 전신) 법률과에 입학하여 3년간수업받고 1902년 7월에 졸업하였다. 그뒤 귀국하여 1904년 12월에 군부 군법국 주사로 기용되어 관직에 나가기시작했다. 또한 석진형은 1905년 4월에 개교한 보성전문학교의 법과 강사로임명되어 법률학을 강의하기도 하였으며, 그해 7월 25일에는 법부법률기초위원으로 임명되었다(1906년 사임). 그리고 당시 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의 법률고문으로 식민지 입법조사사업을 진두 지휘하던도쿄대학 민법교수 우메 게지로(梅謙次郞)의 통역을 맡았다.

조선 정부는 갑오개혁을 계기로 1895년 3월에 중인 자제들을 관비로 일본에보내 법률학 공부를 하도록 하였으며 1895년 4월에는 조선 최초의 법학전문교육기관인 법관양성소를 개설(1909년 사법권 위탁에 관한 을유각서가성립되어 법부가 폐지되면서 법학교로 개칭)한 바 있는데, 석진형은 1905년12월 13일에 법관양성소 교관으로 임명되어 채권법과 평시(平時)국제공법과목을 담당하였다. 그리고 정부에서 주도한 개정 {형법대전} 편찬사업에참여하였다. 1905년 12월 변호사시험위원으로, 1906년 6월  내부 참사관으로임명되었으며 이어 7월에 의정부 부동산법조사위원회 위원으로피선되었다(1906년 10월 해임).

한편 석진형은 1907년 11월에 김윤식*과 유길준(兪吉濬)이 제휴하여의무교육제도 실행을 목적으로 흥사단(興士團)이라는 계몽단체를 조직하였을때 평의원으로 참가하였다. 1912년 12월까지 보성전문학교 강사로 재임하다가 1913년에는 방향을전환하여 공칭자본 30만 원으로 충청남도 예산에 설립된 호서은행의 취체역이되었다. 이 은행은 예산지방의 대지주 자본에 의하여 설립된 지방은행이었다. 그뒤 1920년에는 공칭자본 100만 원으로 설립된 조선제사주식회사와대동상회에 주주 및 취체역으로 참여하였다. 그리고 경성상업회의소특별위원으로 재직하면서 주로 조선인 기업체 설립에 관여하였다. 그의 이러한 활약이 총독부의 눈에 띄게 되어 총독부의 관리로 뽑혀 1921년전라남도청 참여관으로 부임하였다. 참여관으로 재직할 당시 석진형은 그곳의 민간인을 상대로 공립보통학교에서일본의 기술과 문화를 선전하는 강연을 열었으며, 활동사진 영사기까지동원하여 총독부 정책과 일본의 발전을 선전하는 등 조선인의 항일의식을무마시키고 일제 통치를 인정하도록 유도하는 지방교화활동에 힘썼다.

3·1 운동 이후 사회 각계각층에서는 일제의 식민지교육 행정을 맹렬하게비난하면서 교육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한편, 민족 스스로교육을 주도해 나가고자 각종 단체를 조직하여 자발적인 교육활동을 전개해나가고 있었다. 그러자 당시 총독부는 민중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술책으로,여론을 수렴하여 이를 기초로 교육개혁을 추진할 것이라는 선전을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총독부는 1921년 초에 임시교육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5월에 위원회를 개최하여 교육문제를 토론하였다. 당시 총독부 발표에 따르면교육조사위원회는 일본과 조선에서 교육에 경험이 있는 비교적 다수의명사들을 촉탁으로 위촉하여 구성했다고 하였는데, 총 30명의 위원 중일본인은 어용학자 및 총독부 관헌이었으며 조선인 위원으로는 친일파 후작이완용*과 보성법률상업학교 교장 고원훈*, 그리고 당시 전라남도 참여관석진형 등 3명이 선정되었다. 이들이 위원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는총독부 안(案)에 절대적으로 맹종할 수 있는 자들이라는 총독부의 신임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고원훈은 조선인들의 가장 큰 요구였던, 교수용어로 일어를 사용하는것을 폐지하고 조선어를 사용하도록 하자는 안을 위원회에 제출하였다고한다. 위원회 의사규칙에 의하면 발의자가 있다 하더라도 1인 이상의찬성자가 있어야만 그 발의가 의안으로 성립되며, 만일 의안이 성립되지않으면 토론에 들어갈 수도 없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고원훈의 발의에 대하여이완용은 즉각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였다. 그리고 석진형은 침묵으로일관함으로써 당대 조선인들의 중요 관심사였던 문제는 결국 의안으로도성립되지 못하였다.

일왕 히로히토의 대관식 참여

1924년에는 충청남도 지사로 임명되었다가 1926년에 전라남도 지사로전임하여 그해 있었던 일왕 히로이토(裕仁)의 쇼와(昭和) 대관식에참석하였다. 1929년 그는 관료 생활을 청산하고 사표를 낸 후 동양척식주식회사로 들어가감사역을 역임하였다.

{조선시정15년사}(朝鮮施政十五年史)에서는 석진형을 "웅변에 능하고활동적인 정력가이며 술담배도 않고 신지식과 신사조에 관심을 두는인물"이라고 평해 놓고 있다. 대체로 그는 일제의 식민통치를 방관하면서총독부의 행정 관료로서 유능한(?) 능력을 발휘한 인물로 보인다. 그는 1936년에 설립된 요식업체인 천향원(天香園)의 취체역을, 또한 1937년에설립된 양조업 회사인 북선주조주식회사 사장을 역임하였다.

석진형은 법률을 전공하고 교수한 자이므로 법에 관한 지식은 그 누구에게도뒤지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식민통치하에서도 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할 수있었다고 보인다. 즉, 그는 민족문제와 정치문제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총독통치체제를 잘 이용하면서 자신의 안일과 이익을 추구한 인물이었다고평가할 수 있겠다. 일제가 중일전쟁 당시 조선의 자원과 인력을 동원하고자친일파를 긁어모아 반민족행위를 강요하였을 때 그가 적극적으로 부일행위를하였다는 기록은 찾기 힘들다. 석진형이 적어도 자신의 양심이 파렴치한반민족 행위에 동원되는 것만은 용납하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식민지통치하에서 그의 사회적 역량이 다하여 일제가 그를 활용할 가치가 떨어져버린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광복되자 그는 강원도 가곡에 있는 농장에서 지내다 이듬해 사망하였다.

                              ■ 이명화(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연구원)　

참고문헌

石鎭衡, [埃及國의 混合裁判制度], {少年韓半島} 4호(2-2), 1907. 2.

______, [國際公法에 對한 世人의 誤解及硏究의 必要], {少年韓半島}6호(2-4), 1907. 4.

______, [講和後의 朝鮮經濟問題], {半島試論} 22호(3-1), 1919.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