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 張錫周, 1849∼1921 )
이토 동상 건립촉진운동의 주동자
1895년 법부대신
1905년 동아찬영회
총재
1907년 궁내부 특진관
1919년 유도대동회 결성
남작의 작위와 은사금 5만 원의 친일 공로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일본은 '합방'에 공로가 있는 전·현직 대신들에게 후작(侯爵 6명), 백작(伯爵 3명), 자작(子爵 22명), 남작(男爵 45명)의 작위를 주고, 은사금의 명목으로 그것도 공채(公債)로 후작은 15만 원, 백작은 10만 원, 자작은 5만 원, 남작은 2만 5000원을 주었다. 이 때 장석주도 일본 정부로부터 남작의 작위를 받고 은사금으로 5만 원을 받았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5만 원은 자작에게 주어지는 액수였는데, 왜 장석주에게도 그 같은 금액이 주어진 것일까? 이는 장석주가 일본 정부로부터 남작이라는 작위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때문일 것이다. '합방' 당시 작위를 받은 자의 수는 모두 76명이었는데, 그 당시 대신 직에 있던 자는 자작을, 그 나머지로 전직 대신이었던 자는 남작을 받았다. 즉, '합방'에 공로가 아주 크더라도 위의 기준에 따라 작위가 수여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장석주의 공로가 매우 컸더라도 당시 그의 자격이 전직 법부대신이므로 작위는 남작에 해당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상의 공로는 자작에 해당하는 은사금을 줌으로써, 일제는 그의 효용 가치를 높이려 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장석주가 일제로부터 작위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 점이 장석주의 친일행각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현재 장석주에 대해서는 그 개인에 관한 이력과 친일행각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실정이지만, 여기저기 단편적이나마 산재되어 있는 자료를 통해서 장석주의 친일행위 및 정치적인 행각에 대해 가능한 대로 접근해 보려 한다. 장석주는 함경북도 경성 출신으로 어려서의 이름은 박(博)이다. 일찍이 수재로 명성을 떨쳤고, 이는 국왕에게까지 알려질 정도였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고종의 부름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1882년 상경하여 이듬해 새로이 신설된 통리아문 박문국에 채용되어 {한성순보}의 발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한성순보}가 나오게 된 데에는 1882년 8월 박영효를 수반으로 한 수신사 일행이 일본에 갔을 때, 일본의 개화 인사인 후쿠자와 유기치(福澤諭吉)를 만난 것에서 기인한다. 즉 일본의 문물을 시찰하고 후쿠자와와 개화문명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한성에 민중 계몽의 수단으로 신문을 발간하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후쿠자와가 내세운 명분은 민중 계몽이었겠지만, 실제는 신문매체를 도구로 하여 그들의 조선침략을 합리화하려는 일제의 문화침략 정책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귀국 즉시 한성판윤에 임명된 박영효는 외무아문 박문국에 한성부 신문국을 설치하여 창간준비를 서둘렀다. 그리고 후쿠자와의 추천을 받은 이노우에(正上角五郞)는 무시바(牛場卓藏), 다카하시(高橋正言) 등 두 기자와 그 밖의 일본인 인쇄공 등 기술자를 대동하여 내한하였고, 이들이 신문 간행의 준비 작업을 주도하였다. 그러나 보수파 인사의 책동으로 박영효가 광주 유수(廣州 留守)로 좌천되자, 일본인 기자는 1883년 4월 일본으로 돌아갔고 신문발행 작업은 일시 중단되었다. 이처럼 첫 시도가 중단된 지 6개월 뒤, 이노우에가 외무아문 고문에 취임됨으로써 다시 본격적으로 신문발행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노우에는 한성판윤 김만식(金晩植)의 협조로 1883년 10월에 {한성순보}를 창간했다. {한성순보}는 정부에서 간행되었기에 반은 관보적인 성격을 띠었고, 순한문으로 되었다는 것과 일본인의 영향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반 대중에게는 평이 좋지 못했다. 더구나 신문의 기사가 친일·반청적이었기에 당시 친청적인 성향을 지녔던 보수파 인사들의 불만은 날로 높아 갔다. 이러한 가운데 1884년 4월 장석주는 박문국 사사(司事)로 승진되었고, 11월에는 교섭아문 주사(主事)에 임명되어 박문국의 업무를 전담하였다. 그러나 1884년 12월 갑신정변이 실패로 끝나자 박문국의 시설도 보수파 인사들에게 파괴되고 {한성순보}의 간행도 중단되었다. 이후 복간운동이 성공하여 1885년 11월부터 다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때 장석주가 주필에, 총재에는 김윤식이 임명되었다. 그 뒤 한성순보는 발간 횟수를 종래의 순간(旬刊)에서 주간으로 하고 명칭도 {한성주보}로 고쳤다. 그리고 국한문 혼용을 시도하여 최초로 신문에 한글을 등장시켜 독자층이 일반 서민에게까지 확대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발간된 지 2년 반 만에 표면상 재정적인 이유로 {한성주보}는 1888년 7월 폐간되었다. 폐간된 실질적인 이유로는 당시, 갑신정변 이후 조선에서 일본의 세력이 일시 퇴조하고 보수파가 득세하게 되자, 일본의 세력을 등에 업고 추진되던 개화파의 여러 개혁과 제도도 폐지되었으며, 이에 따라 박문국도 혁파되고 여기서 간행되던 {한성주보}도 발행이 중단되었던 것이다. 한편, 1894년 갑오개혁으로 친일내각이 성립하자 장석주는 법부아문의 참의, 협판 등을 거쳐 1895년 김홍집 내각(4차) 때 법부대신에 기용되었다. 그러나 1896년 2월 고종과 황태자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파천하는 사태가 발생하여 김홍집 내각이 무너지고 각료들은 역적으로 몰리게 되었다. 이 때 장석주는 집에 있다가 심복인 순검의 통지를 받고 유길준, 조희연 등과 더불어 도주하였다. 이들은 일본 공사관에서 양복으로 갈아 입고 일본병의 호위를 받으면서 일본으로 망명하였다. 이 때부터 이름을 석주로 고친 후 10여 년 간 일본에서 망명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토 동상 건립운동 주도
일본에 망명해 있는 동안, 장석주는 일본의 문명에 감복하여 동화되었고 망명객들의 중진으로서 타인의 존경을 받았다고 한다. 이는 장석주의 일본 망명생활이 그의 친일성향을 더욱 성숙하게 만든 중요한 계기가 되었음을 뜻한다. 1907년 이완용 내각 때 귀국하여 궁내부 특진관, 제실 회계감사원(帝室 會計監査院卿) 등을 역임하였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 이후 조선의 식민지화가 구체화되자 친일파들의 친일행각은 더욱 노골화되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안중근에게 살해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추모하고자 한 일이 있다. 이 일을 추진하는 세력들은 민영우(閔永雨), 이민영(李敏英) 등을 중심으로 이토의 동상을 건립하기 위해 '동아찬영회'라는 친일단체를 만들었다. 이 모임에서 장석주가 총재직을 맡았고, 민경호(閔京鎬)는 부총재, 민영우는 회장이 되어, 동상건립비로 13도에서 매호당 10전씩 모금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후 윤진학(尹進學)으로 회장이 바뀌자 이토를 위해서 사당을 지어 봄, 가을 두 차례 제사를 지낼 계획까지 하였다. 동아찬영회가 모임을 발기할 즈음 이토의 송덕비를 세워 주겠다는 취지하에, 이학재(李學宰), 윤진학 등이 중심이 된 '송비건의소'(頌碑建議所)라는 또 하나의 친일조직이 결성되었다. 장석주는 이 단체에도 찬성원으로 참여하여 누구보다도 활발한 친일행각을 벌였다. 이후 장석주는 1919년 3·1 운동이 일어났을 때, 무력을 동원하여 이를 소탕할 것을 총독에게 건의하기까지 하였다. "단지 구설(口舌)로만 할 뿐 힘으로 복종시키지 않는다면 관리를 살해하고 관청을 분략(焚掠)하면서 일본인을 습격, 살해할 것입니다……이러한데 총독은 구설로만 타이름이 옳겠습니까? 병력으로 무찌름이 옳겠습니다. 단지 구설로써 이를 타이른다면 소요의 진정에는 만에 하나를 보태는 바 없을 것입니다. 반드시 힘으로 이를 복종시킨 연후에라야 일시적 효과라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장석주, {조선독립소요의 사정과 원인}) 3·1 운동이 나날이 격화되어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감에 일본은 조선에 대한 통치노선을 문화정치로 변경시키려 하였다. 이를 위해 종래의 민족운동을 하던 각 단체의 사람들을 총독 통치에 끌어들여 개별적으로 회유하는 정책을 취하였다. 그 하나의 방법으로 조선의 지도층인 귀족, 양반, 유생, 부호, 교육가, 종교가 등을 회유·포섭하고 각 단체를 후원·육성하여 친일단체로 만들어 나갔다. 이는 3·1 운동 후의 배일적인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민족분열을 획책하고자 한 일제의 고등정책이었다. 이로 인하여 송병준, 박영효의 '조선민우회', 민영기를 총재로 한 '상무연구회', 경북의 '유도진흥회', 중추원 참의 어윤적(魚允迪)이 중심이 된 '대동사문회' 등이 결성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들은 활발한 활동도 못하였고 오래 지속되지도 못하였다. 한편, 장석주도 유도대동회라는 모임을 결성하기도 하고, 동광회 서울지부 결성에 참가하기도 하였다. 다른 친일단체가 총독부 당국의 지시에 의해 결성되었던 것과는 달리, 동광회는 일본의 대륙침략에 앞잡이를 섰던 우익 정치단체인 흑룡회계의 일본 낭인들이 결성한 단체였다. 일본인들은 이 동광회 지부를 서울에 결성하여 회장에 박영효, 부회장에 장석주를 앉히고 유림 세력을 끌어 들이려고 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이와 같이 장석주는 자신이 친일단체를 조직하거나 친일단체에 참가하여 일본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자세를 취하였다. 말년까지 친일행위를 하던 장석주는 1921년 사망하였다. 한일'합방'과 더불어 수여된 남작의 작위는 그가 사망한 후 아들 장인원(張寅源)에게 습작되었다. 장인원은 1870년 함경북도 경성에서 출생하였고 구한국시대 전의군수를 거쳐서 한일'합방' 이후에는 홍산·청양·보성군수를 역임한 바 있다. 그리고 그는 1921년부터 1924년까지 중추원 참의를 지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장석주의 친일행위는 그의 아들에게까지 그대로 이어졌고, 그의 집안이 일제 시대의 전형적인 친일가문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 오연숙 (인천교대 )
■ 참고문헌
黑龍會 編, {東亞先覺志士記傳}
原書房, 1981.
大村友之丞, {조선귀족열전}.
細井肇, {現代漢城の 風雲と 名士}.
鄭喬, {大韓季年史}.
김윤식, {續陰晴史} 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