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란교 ( 鄭蘭敎, 창씨명 海平蘭敎, 1864∼1943 )

박영효의 심복으로 친일 쿠데타의 돌격대

1907년 중추원 부찬의.
1910년 조선총독부 충청도 참여관
1927년 중추원 참의.
1941년 칙임참의로 승급

친일의 서곡, 갑신정변의 돌격대

갑신정변에 대해 역사적 평가를 내릴 때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은 외세를 끌여 들였다는 점이다. 즉, 정변의 주체들이 근대화를 달성하려는 목적의식은 뚜렷하였지만 침략세력인 일본에 의지하여 쿠데타를 추진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김옥균 등 운동주체들이 가졌던 근대화론도 '근대화=서구화=일본화'라는 인식에 지나지 않았으며, 반침략 의식도 반청에 불과하여 또 다른 침략세력인 일본을 간과하였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갑신정변 참가자들의 한계를 역사적 조건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일제 식민지 시대가 되었을 때 정변의 주체들이 대부분 충실한 식민통치의 하수인으로 들어갔기 때문일 것이다. 정변 참가자들인 박영효, 이규완, 유혁로(柳赫魯), 신응희 등은 자신들이 일으킨 쿠데타를 합리화하면서 식민지하에서 반민족적인 행각을 일삼았다. 갑신정변 참가자 중 친일행각의 대표자로 들 수 있는 또 하나의 인물은 정란교이다. 그는 1864년 충남 목천군 남면 신촌에서 정광렴(鄭光濂)의 3남으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그 지방에서 호가(豪家)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한학을 수학했으며, 개화파 인사인 김옥균, 박영효 등과 교류하면서 문명개화에 대해 눈을 뜨고 신문물을 배우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그는 1883년 서재필, 이규완, 신응희, 정행징(鄭行徵), 임은명(林殷明), 신중모(申重模), 윤영관(尹泳寬), 하응선(河應善) 등과 함께 일본 육군 도야마(戶山) 학교에 입학하였다. 그가 도야마 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은 김옥균이 개화파의 영향 아래 있는 청년들을 일본에 유학시키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김옥균은 개화파 청년들의 한 부류를 일본 육군 도야마 학교에 입학시켜 군사지식과 기술을 배우게 했다. 그리고 나머지 청년들은 전공 학교에서 정치, 경찰, 우편, 관세, 재정제도와 관련된 실무지식을 전문적으로 배우게 하였다. 군 계통의 유학은 1883년 정란교 등이 도야마 학교에 입학한 데서 시작되었지만, 이들 유학생들은 학자금이 점차 바닥이 나 1년 후 귀국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에 대해 조선 정부에서는 1884년 8월 이들이 해외에서 군사학을 수학했다는 것을 참작하여 부장(部將)의 직을 주었다. 이 때 정란교는 남행부장이 되었으며, 9월에는 좌영군사마가 되었다. 그러나 정란교 등 유학생이 도야마 학교에 입학하던 때는 임오군란의 수습과정에서 청의 지원에 의해 민씨정권이 개화노선을 포기하고 친청 보수노선으로 회귀하던 시기였다. 이에 따라 개화파들은 그들의 영향하에 있는 도야마 출신 사관생도들을 이용하여 민씨정권을 붕괴시킬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정란교 등 유학생들이 귀국할 즈음에는 청불전쟁이 발발하여, 오장경(吳長慶)의 군사 3천 명 중 절반이 본국에 돌아간 상태였다. 이에 개화파 세력들은 이 틈을 타 급격한 방법을 통하여 청의 간섭에서 벗어나 일본식의 근대화를 달성하고자 하였다. 이미 김옥균은 일본에 갔을 때 오야마 사관생도들과 빈번히 접촉하여 이들이 졸업하면 이를 무력적 기반으로 쿠데타를 일으키려 계획하고 있었다. 갑신정변의 참가자인 신중모는 정변 직후 법정에서 말하기를 "당시 건너간 20여 명 중에서 나를 비롯한 14명은 사관학교에서 1년 반 공부하였는데, 그후 김옥균이 일본으로 왔으므로 매 7일에 한번씩 모이는 날에 가서 만나보게 되어 자주 상종하였다"([大逆不道罪人李喜貞等鞠案])라고 하여 도야마 사관생도들은 김옥균의 지도하에 수시로 만나 쿠데타에 대한 모의를 하였음이 밝혀졌다. 개화파들은 도일 유학생들이 귀국한 것을 기화로 사관생도들과 빈번히 접촉하였다. 한편, 일본도 개화파와 사관생도들이 정변을 일으키고자 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이를 이용하여 친청 민씨정권을 쓰러뜨리고 친일정권을 세우려고 그들에게 접근하였다. 1884년 10월 30일, 일시 본국에 가 있던 일본공사 다케조에 신이치로(竹添進一郞)는 조선으로 돌아와 개화파와 이전보다 더욱 긴밀하게 접촉하면서 은근하게 지원을 약속하였다. 구체적인 정변 계획은 11월 25일 다케조에와의 협의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정변은 우정국 개연에서 외국사신과 4영사(민영익, 윤태준, 한규직, 이조연)를 초대하였을 때 결행하기로 하였다. 1884년 12월 4일 오후 10시, 인가에 방화를 하고 그 틈을 이용하여 민씨정권의 영수인 민영익(閔泳翊)을 칼로 찔러 상처를 입혔다. 그리고 곧 궁궐에 들어가 고종에게, "일본공사는 와서 나를 호위하라"(日本公使來護我)고 쓴 친서를 요구하였고, 이에 의해 일본군 1개 중대가 즉각 출동하였다. 그리고 국왕의 소명이라 하여 입궐한 3영사(윤태준, 한규직, 이조연)와 수구파의 거두 민태호·민영목·조영하를 처단하였다. 이 때 정란교 등 사관생도들은 서재필의 지휘하에 인가에 불을 지르고, 대궐을 점령한 이후 수구파 대신들을 처단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러나 갑신정변은 청의 무력 개입으로 3일만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처럼 정변이 실패한 근본적인 이유는 근대화의 동력을 주체적 역량에서 구하기보다는 거리낌없이 외세(일본)에 의존하려 하였기 때문이었다.

망명지 일본에서도 친일 쿠데타 음모 계속

일본에 의지한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가자, 정변의 주체들은 겨우 몸만 일본으로 피하여 울분의 나날을 보냈다. 이 때 정란교는 박영효와 같이 지내게 되었는데 당시 그와 같이 지내던 사람들로는 이규완·유혁로·이진호·신응희 등이 있었다. 이들 망명객들은 일본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지 못해 생활이 곤궁하였다. 박영효는 서화와 바둑으로 소일 하면서 간간이 들어오는 글값으로 생활하는 형편이었다. 또한 조선 정부에서는 항상 그들의 생명을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일본명을 사용하였는데, 박영효는 야마자키(山崎永春), 김옥균은 이와다(岩田周作), 이규완은 아사다(淺田良), 유혁로는 야마다(山田唯一)로 개명하였다. 이 때 정란교는 나카하라(中原雄三)로 개명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한편, 국내에서는 그들에게 현상금을 걸고 자객을 파견하였기 때문에 그들은 늘 암살의 위협 속에서 살아야 했으며, 실제로 여러 번 자객의 위협을 받아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이 때 정란교는 자객 지운영(池運永)이 김옥균을 살해하려고 1886년 3월 도쿄에 왔을 때 그가 자객임을 사전에 적발하여, 김옥균이 암살을 모면하도록 해주었다. 자객 중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킨 것은 이일직(李逸稙)인데, 그는 고종과 민영소(閔泳韶)의 밀명으로 1892년에 동경으로 건너와서 감언으로 박영효, 김옥균 등과 교제하면서 그들을 살해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또한 1893년 가을,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하기 위해 일본에 들른 홍종우(洪鍾宇)는 이일직, 권동수(權東壽), 권재수(權在壽), 김태원(金泰元) 등과 공모하여 1894년 1월 김옥균을 상해로 유인하여 살해하기로 하였다. 이일직은 동경에서 박영효를 암살할 양으로 그를 자기 여관으로 불렀으나, 박영효가 가지 않아서 성사되지 못하였다. 이 또한 정란교, 이규완, 유혁로 등의 무장 경호원들이 뒤에서 그것을 탐지하여 박영효에게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홍종우가 김옥균과 함께 상해로 출발한 이후 이일직은 제3의 암살계획으로, 시바쿠라다(芝區櫻田)도 혼교정(本鄕町)의 여관 운래관에서 서화회(書畵會)를 개최하여 박영효를 그 자리에 초대하려고 하였다. 이 때 그 곳에서 박영효를 생포하거나 혹은 암살하여 자루에 싸서 조선으로 보낼 밀계를 꾸미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소 이일직을 잘 알고 있던 이규완이 그를 찾아가 "박은 군을 민(閔) 일파가 보낸 자객이기 때문에 체포하여 고문할 것이다. 군들은 빨리 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밖에는 정란교와 같은 강력무쌍한 종자가 있다"고 하면서 그를 타일렀다. 그러나 이일직은 다음날 박영효를 찾아갔다. 하지만 박영효의 주변에는 정란교, 이규완이라는 강력한 경호원이 있었다. 정란교는 대번 이일직을 보고 살기에 찬 얼굴로 그를 잡아 기둥에다 묶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칼끝을 대고는 "네놈이 민(閔) 일파가 보낸 자객이라는 것은 확실하다"고 하면서 실토할 것을 강요하였다. 정란교는 이일직을 고문하여 음모사실을 고백하게 하였다. 이 급보를 접한 일본 경찰은 곧 친린의숙(親隣義塾)에 가서 박영효 일당과 이일직의 일당을 모두 체포하여 재판소로 넘겨 공판에 회부하였다. 결국 모두 무죄방면이 되었으나, 일본 경찰에 체포된 정란교는 검사로부터 1개월의 중금고(重禁錮)와 벌금형 2원을 받았으나, 20원의 보석금을 내고 곧 출옥하였다. 이와 같이 정란교는 일본 망명 시절 김옥균과 박영효의 주변에서 그들을 경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면서 지냈다. 그러다가 1894년 7월 경복궁 쿠데타로 친일정권이 성립되자 그도 박영효를 따라서 국내에 들어왔다. 정란교는 당시 국내에서 전개되던 동학농민전쟁을 진압하는 활동을 하였는데, 주로 충청도와 전라도 지방에서 군대를 지휘하였다. 농민군 진압의 공으로 그는 그 다음해인 1895년 2월 통정대부가 되어 군무아문 참의로 승진하였으며, 4월에는 육군부령으로 승진하여 군부대신 관방장이 되었다. 그러나 1895년에 들어와 조선의 왕실은 박영효 등 친일세력을 배제하려는 계획을 진행시켰다. 이에 박영효는 정란교·이규완·우범선 등 자신의 심복들을 불러 모아 기사회생의 밀계를 꾸몄다. 즉, 훈련대의 장교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 병력을 이용하여 권력을 탈취할 쿠데타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곧 탄로되어 다시 일본으로 망명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정란교도 그 직에서 해임되었고, 7월 박영효를 따라 일본으로 재차 망명하였다. 일본에 온 정란교는 옛날과 같이 박영효를 경호하면서 고베(神戶)에 은거하면서 박영효가 경영하는 조선인 학사(學舍)인 조일신숙(朝日新塾)에서 학생들을 지도하였다. 한편, 박영효, 정란교 등 이른바 '국사범'들은 환국공작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후 아관파천으로 친일정권이 붕괴된 이후에도 일본에 있던 국사범들은 끊임없이 쿠데타 음모를 계속하였다. 그러다가 1907년 박영효가 국내에 귀국함에 따라 정란교도 그와 함께 귀국하였다.

한일 '합병' 후 자발적으로 창씨개명

국내에 다시 들어온 정란교는 계속해서 박영효를 중심으로 도야마 학교 출신들의 군인들과 합류하여 중추원 부찬의로써(1907. 11. 7) 일제의 한국 식민지화를 음양으로 도왔다. 1909년 10월 26일 통감에서 물러난 이토가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 의사에 의해 처단되는 의거가 일어났다. 이것을 기화로 일제는 '합방'을 본격화시켜 갔고, 다음해 8월 29일 이른바 이완용과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간에 8개조의 이른바 '한일병합에 관한 조약'이 조인되었다. 이로써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다. 정란교는 1910년 조선총독부 충청도 참여관이 되어 일제의 식민통치에 참여하였으며, 1920년 8월에는 고등관 2등에 올랐다. 잠시 휴식하다가 1927년 6월 조선총독부, 중추원 주임 참의가 되는 등 적극적으로 친일활동을 하였다. 그는 예전에 '갑신적'(甲申賊)으로 일본에 망명했을 때 신변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개명한 것과는 달리, 식민지하에서는 자발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우미히라(海平蘭敎)로 개명하였다. 충실한 일제 식민통치의 하수인으로 활동하던 그는 1941년에는 칙임참의로 승급하였고, 종4위 훈6등으로 사망하던 1943년까지 17년 간 중추원 참의를 하였다.

■ 김도형(국민대 강사)

■ 참고문헌

김옥균, {甲申日錄}
{大韓帝國官員履歷書}, 國史編纂委員會, 1972.
[朴泳孝候와 韓末風雲], {月刊野談} 11·12합, 1939. 6.
申奭鎬, [韓末政界와 朴泳孝], {朝光} 5∼11, 1939. 11.
田保橋潔, {近代日鮮の關係硏究}, 朝鮮總督府中樞院, 1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