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헌식(張憲植, 창씨명 張間憲植, 1869∼?)
중추원 칙임참의를 20년간 역임한 일제의 충견
·1910년 평안남도 참여관. 1917년 충청북도 장관
·1921년 총독부 민정시찰 사무관. 1926∼45년 중추원 칙임참의
이토
히로부미 추도회를 한성부윤 자격으로 주도
장헌식은 1869년 9월 장성급(張成汲)의 장남으로 서울에서 태어났다. 그는 1894년 갑오개혁으로 성립한 친일 내각의 관비(官費) 유학생으로 선발되어 1895년 일본에 유학, 게이오의숙(慶應義塾) 보통과 및 고등과를 졸업하고 일본 사법성 재판소 검사부를 견습하였다. 그 뒤 다시 1902년 도쿄 제국대학 법과 선과(選科)를 졸업하고 일본 대장성을 견습했다. 1903년 귀국 후 대한제국 학부 참서관을 거쳐 1905년에는 관립외국어학교 교장이 되고이듬해에는 학부 편집국장 사무임시대리(주임관 1등)가 되었다. 그는 한때 보성전문학교 법률과목 담당 강사를 하였고 1907년 11월 말 의무교육 실시 등을 목적으로 결성된 흥사단(興士團)의 평의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는데, 이 때 유길준(兪吉濬)과 함께 발기인 가운데 한 사람이되었다. 1907년 고종이 강제로 퇴위하고 순종이 즉위한 뒤 그 과정에서 일제측에 협력한 공로가 인정되어 특별히 훈3등이 서훈되고 팔괘장(八卦章)이수여되었다.
장헌식은 1907년 10월 우리나라에 오는 일본 왕자(훗날의 다이쇼大正 일본국왕)를 맞이하기 위해 예종석(芮宗錫) 등 부일배들이 결성한 한성부민회의 발기인이 되고 초대 회장을 맡았다. 그후 그는 서울시민에게서 기부금을 거둔후 한성부민회의 이름으로 남대문역에 일본 왕자의 방한을 환영하는 아치를 설치하였다. 그리고 특히 그는 1909년 10월 26일 안중근이 이토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처단하자 안의사를 돌보기는 커녕, 반역 매족 무리들의 집합체인 한성부민회에서 의거가 있은 지 한 달 뒤에 주최한 이토 추도회를 한성부윤(지금의 서울시장, 칙임관 2등) 자격으로 주도하는 반민족적 행위를자행하였다.
그는 이미 일제가 한국을 병합하기 전 궁내부실 제도정리국 비서가 되어 내각총리대신 이완용*의 주요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그리하여 일제 통감부의침략정책에 앞장섰다. 장헌식은 한성부윤을 거쳐 1910년 경술국치 직후 조선총독부 평안남도 초대 참여관을 역임하였다. 참여관은 말하자면 도지사내지 부지사의 자문기관이라 할 수 있는데, 각도의 정원 1명을 한국인으로만 충당했기 때문에 웬만한 친일파가 아니면 될 수 없는 직책이었다. 훗날 이들은 원칙적으로 도사무관이 맡는 각도의 부장(部長) 직책을 겸임했으며 기타 필요에 의해 생기는 총독부 산하의 각종 위원회----예를 들면 1930년 대말에서 1940년대 초에 생긴 방공위원회, 물가위원회, 정보위원회,지원병 전형추천위원회 등----의 도지부 위원을 겸직하여 일제의 수탈정책과 밀접한 관련을 맺었다.
장헌식은 1917년에 충청북도 장관(도지사)이 되고, 1921년에는 요직이라는 총독부 민정시찰 사무관을 맡았다. 이 직책은 3·1 운동 후 한국인들을 감시하고 민심의 동향을 정탐하기 위해 총독 사이토 마고로(齋藤實)가 특설한 직책으로 일종의 특무요원이라 할 수 있었다. 더욱이 민정시찰 사무관은 당시조선인 가운데 가장 친일적이고 견실하다고 인정되던 5명으로 임명되었으니,그들이 바로 장헌식 외에 남궁영(南宮營), 이범익(李範益:뒷날 間島省長),이종국(李鍾國), 홍승균(洪承均) 등이었다. 이 때 능력(?)을 인정받은 장헌식과 이범익 등은 줄기차게 일제의 주구가되어 식민지 통치권력하의 주요 관직을 거치며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게 된다.
그리하여 장헌식은 1924년 전라남도 지사로 취임하였는데, 1926년 그직책에서 물러날 때까지 총독부의 식민지통치에 적극 기여한 공로로 종3위훈2등 표창을 받았다. 그의 열성적 친일행각은 일제로부터 거듭 인정받게되어 다시 '총독정치의 최고 자문부'로 불리던 조선총독부 중추원의 칙임대우참의에 임명되었고 식민지 통치의 자문 역할을 계속 맡게 되었다. 그밖에도그는 적십자사 특별사원으로 적십자 유공장을 받았고 총독부 사회사업협회 평의원, 조선교육회 부회장을 맡는 등 일제의 주구로서 활동하였다.
1931년 일제의 만주침략 이후 장헌식은 열성적으로 일본군 후원활동을 전개했던 점을 인정받아 1937년 일본 육군대신의 표창을 받았다. 중일전쟁 직후인 1937년 7월 15일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南次郞)는 임시지사 회의를 소집하고 3개의 원칙을 천명하였다. 즉, 시국의 중요성을 인식할 것과 동아 안정 세력으로서의 일본의 지도적 위치를 확인할 것 그리고 교전 상대국인 중국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정당하게 인식할 것 등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러한 취지를 조선인들에게 전달하고 또 대중의 '각성'(?)을 촉구한다는 명분으로 총독부 학무국은 두 차례에 걸친 전선 순회 시국 강연반을 결성하였다. 이 때 장헌식은 8월 6일부터 약 1주일간 계속된 제1차 시국 강연반은 물론 9월6일부터 약 10일 예정으로 13도 각처를 순회강연한 제2차 강연반(강원도담당)에도 강사로 참가하여 일제의 중국침략을 적극 지지하고 찬양하는강연을 하며 돌아다녔다.
그의 처 임정재도 황민화 전시정책에 앞장 서
또 그의 처 임정재(任貞宰)도 총독부 조선중앙 정보위원회의 종용에 의해귀족의 처와 사회각계 중견 여류 인사가 망라된 애국금차회(愛國金釵會)에가담하였다. 애국금차회라는 단체는 부녀자들의 금비녀나 금반지 등을 뽑아서국방비로 헌납하기 위한 조직이었는데, 황군의 환·송영, 총후 가정의 위문·격려, 총후 가정의 조문, 기타 일반 조선 부인에 대한 황군 원호의 강화 및 국방비 헌납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다. 이리하여 임정재는 1937년 8월 20일 경성여고보 강당에서 발회식을 거행한 애국금차회에 금비녀 1개를 시범으로 상납하여 일제의 수탈정책을지원하였다.
위와 같이 반역 매국 행각을 보이고 있던 장헌식은 또 1938년 6월 22일 있었던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의 발기대회에 개인 자격 발기인으로 스스로 참석하였다. 이 조직은 1938년 6월 중순경 민간 사회 교화 단체의 대표자들이 총독부의 지시에 따라 몇차례의 회합을 열어 소위 자발적인 총봉사 활동을 협의한 데서 시작되어, 중국 침략 1주년이 되는 1938년 7월 7일 결성되었는데, 아래와 같은 선언문을 채택하여 일제를 적극 지원하였다.
동양 평화를 확보하여 팔굉일우(八紘一宇)의 대정신을 세계에 앙양함은 제국(帝國) 부동의 국시(國是)이다. 우리는 이에 일치단결, 국민정신을 총동원하여 내선일체 전능력을 발양하며 국책의 수행에 협력하여 성전(聖戰) 궁극의 목적을 관철하기를 기한다.
장헌식은 1943년 11월 6일 중추원 참의 자격으로 '학도지원병 독려강연반'에참여하였다. 그리고 같은 달 10일 이후 친일파 한규복(韓圭復)과 함께 함경북도 등 각 지방을 돌며 학생들에게 학병 지원을 강요하여 그들을 일제 침략 전쟁의 희생물로 내몰았다. 이밖에도 그는 1941년 6월 국민총력 조선연맹 평의원, 임전보국단 평의원 등의 직책을 맡으며 파쇼화하는 일제의 충견으로활동하였다. 이와 같은 극렬 부일 행적은 일제에 의해서도 충분히 인정되어 그는 일제의 관리에 의해 '총독정치를 익찬(翼贊)하고 있는 조선 통치의 공로자'로 표현될정도였다. 그 결과 장헌식은 1926년부터 1945년까지 중추원 칙임참의를 20년간 7회나 중임하였던 것이다. 그는 관직을 물러난 뒤에는 중추원 참의로 2선에 물러나 있었으나, 일제 말기에 부일행적이 또 다시 주목되어 종래 주로 조선 귀족 출신만으로 임명하던 이왕직(李王職) 장관(칙임관 대우)에 취임해 있다가 패전을 맞이하였다. 그는 광복후인 1949년 2월 18일 반민특위에 의해 검거되어 민족의 심판을받았다.
■ 장세윤(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 연구원)
참고문헌
朝鮮紳士錄 刊行會, {朝鮮紳士錄} 1931.
{朝鮮功勞者銘鑑}, 民衆時論社, 1935.
중앙교우회, {중앙60년사}, 1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