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박 은 경(page up)

일본제국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하여 확장되고 본격적으로 그 체제를 확립하였다. 그리하여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났을 때에는 본국 면적의 78.5%에 해당하는 식민지를 영유하게 되었다. 이와같은 식민지의 영유는 1860년대에 근대 일본의 통일정권으로서 천황제 정권이 수립된 이후부터 일관되게 추진해 온 군국주의적 침략정책이 주도하고, 1890년대, 특히 청일전쟁 이후에 급격히 발달된 일본 자본주의의 해외 시장과 자원을 획득하려는 욕구에 의해 군국주의적 침략 충동이 배가되어 이루어진 것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전승국의 일원으로 참가하였던 일본은 열강의 힘이 아시아로부터 후퇴한 틈에 독일이 조차하고 있던 중국 산동성을 점령하였고, 전후 파리 강화회의에서 열강으로부터 산동성에서의 구독일이권의 일본으로의 이양을 인정받았다. 또한 국제연맹의 상임이사국의 하나가 되어 영국,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와 나란히 세계 '5대국'의 일원으로 자부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제국의 팽창에 있어서 새로운 제약조건이 된 것은, 세계대전을 분기점으로 영국, 미국과의 대립이 증대된 일이었다. 1921년에서 1922년에 걸쳐, 미국이 주도하는 워싱텅회의에서 중국의 영토보전, 문호개방, 기회균등을 약속하는 9객국조약의 체결과 산동성 권익의 반환및 시베리아 철병의 선언이 부득이 행해지게 되었다. 또한 일본은 해군군비축소문제에 대해 당시 대표적 해군국이었던 영국, 미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사이에 앞으로 보유할 수 있는 주력함의 총비율을 5:5:3:1.75:1.75로 결정한 사실을 받아 들이지 않으면 안되었다.

미국은 또한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간에 4개국 협정을 체결하고 영일동맹을 폐기시켰다. 미국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침투하려고 하였을 때 일본의 방어요새로 이용되어 왔던 영일동맹은 미국이 4개국협정을 성립시키면서 폐기시킨 것은 미국의 극동정책에 있어서 중대한 외교적 수확이었다. 워싱턴체제에 의해 심히 구속당하게 된 일본은 그후 중국에서 민족운동이 진전하자 곤란하게 되었다. 즉 국민당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던 중국의 통일운동으로 국민당의 세력은 1928년 북경, 천진지방까지 뻗치게 되었다. 일본군부는 만주의 지배가였던 張作霖(장작림)을 살해해서 중국통일운동이 만주에 파급되는 것을 저지하려고 계획하였으나, 張作霖(장작림)의 뒤를 계승한 張學良(장학량)은 국민당정부와 연휴해서 일본이 오랜세월에 걸쳐 만주에 쌓아온 제국주의적 권익을 심히 위협하게 되었다.

1931년 만주사변은 이와같은 사태에 대한 일본의 반격이엇다. 영국은 일본이 대륙에 대해 그 지배를 확대강화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을 약화시키면 직접적으로 중국에서 또 넓게는 아시아 식민지 각지역에서 민족해방운동을 고무시키는 결과로 되는 것을 우려했다. 또한 미국도 공산주의에 대한 경계로 인하여, 미국과 협력해서 일본의 침략을 저지할 것을 거듭 제의한 소련의 제의를 거부했다. 결국 만주에 대한 일본의 제국주의정책은 극동에 있어서 거대한 국제적 긴장을 낳으면서도, 미국과 소련과의 심각한 대립관게와 함께 일본의 제국주의정책의 좌절에 자극된 아시아에서의 민족해방운동이 영국의 식민지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영국의 복잡한 국가이익이 대일 공동전선의 형성장애가 됨으로써 일본제국주의에 행동의 폭을 넓혀주는 결과가 되었던 것이다.

1936년 西安事件을 계기로 중국의 항일민족통일전선의 결성이 급속히 진전되자, 이에 초조해진 군부는 1937년 7월 중일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중일전쟁이 중국의 민족해방전선의 저항에 의해 수렁에 빠지고, 중국철병문제로 미국과 교섭이 막힌 일본정부는 1941년 12월 미국과 영국에 대한 개전에서 그 활로를 구하게 되었다.

1929년의 세계 대공황의 파급과 1930년 1월 금수출금지해제 조처까지 겹쳐 폭발한 이른바 일본의 소화공황은 일본자본주의의 전구조를 뒤흔든 것이었다. 1920년대의 만성불황 속에서 부침을 되풀이 해온 중소기업은 최후의 일격을 받아 도산과 휴업이 속출하였고, 대기업에 있어서도 대폭적인 인원정리와 임금절하가 행해져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하였다. 특히 공황은 일본 농업의 2대 상품인 쌀과 누에고치의 가격폭락과 농가 가계보충의 기둥이던 임노동 수입의 급격한 감소를 통하여 농가경제에 타격을 주고 농촌을 해체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공황으로부터의 탈출를 구하는 모든 계층의 국민의 소리가 사회에 가득 차, 어떤 형태로든 일본 자본주의의 변혁및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1931년 9월 재빨리 군부에 의한 만주사변이 야기되었고, 이를 계기로 배외주의가 고취되고 식민지에서 먼저 시행되었던 파시즘을 국내로 들여와 공황기에 격화된 노동자 및 농민운동을 가혹하게 억압하였다. 1932년 청년장교와 우익에 의해 일어난 5ㅗ15사건으로 정당내각제는 사실상 종말을 고하게 되었고, 거국일치 내각이 성립되었다. 그 아래서 중국에 대한 강경정책과 농촌구제정책이 전개됨과 동시에 특고경찰이 설치되어 혁명운동 뿐만 아니라 자유주의도 억압받게 되었다. 또한 국체명징운동이 전개되어 천황제 지배체제의 재편성이 개시되었다.

만주사변의 발발로 착수된 천황제 지배체제의 파쇼적 재편성은 1936년 2.26사건을 분기점으로 '준전시체제'와 '軍財一體'체제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1937년 7월 국가총력전 체제(전시국가독점자본주의)의 성립―1937,1938년 임시자금조정법, 수출입품등 임시조치법, 국가총동원벙의 제정―과 발전을 기초로 하여 1937년 이후 국민정신 총동원운동을 겨쳐 1941년 천황제 파시즘체제는 확립되었다. 천황제 파시즘은 '아래로부터의 파시즘'에 의한 권력탈취로서가 아니라 천황제 지베체제 자체의 파쇼적 재편성(위로부터으 파시즘)으로서 성립된 점, 대내적 위기감보다 대외적 위기감이 우위를 차지하고, 그 때문에 군부의 주도아래 추진된 점을 특질로 하고 있다. 이 특질때문에 천황제 파시즘은 일원적인 지배체제를 형성하지 못한 채 전쟁의 확대로 발전하였고, 식민지에 가혹한 수탈을 감행하였던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1930년대 국내, 국외적으로 위기에 몰린 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일반적인 특징은 군사적 억압에 의한 지배로 나타난다. 또다른 특징으로는, 식민지 피압박 민족의 민족적 특성을 말살하여 동화시키는 정책, 즉 일본인화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었다. 일본이 동화정책을 추진한 이유는 군사력에 의한 폭력적 억압만으로는 식민지 지배의 안정을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식민지 민족의 정신 내부에까지 파고들어 민족으로서의 독자성을 잃게 하고 일본인화 시킴으로서 일본지배의 안정을 꾀하려 한 것이었다.

이와같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특성은 한국에서 가장 전형적으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일본의 식민지들 중에서 한국의 면적이 가장 넓어 일본의 혼슈(本州)와 거의 같았고, 또 인구도 가장 많았으며, 그 국토의 전영역이 일본의 식민지 였다는 점에서 다른 식민지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일본이 한국을 군사적으로는 병참기지, 경제적으로는 식민지로서의 수탈대상인 동시에 경제적인 전진기지로 삼음으로써 아시아 대륙에 진출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만주사변은 중국으로부터 滿蒙을 분리시켜 일본의 식민지로 만들려는 계획에 의해, 세계대공황으로 국내외의 모순이 극도로 첨예화 된 때에 옮겨졌다. 만주사변은 제1차 세계대전 후의 제국주의 열강간의 타협의 산물이었던 워싱턴체제에 대한 도전이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의 발화점의 하나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만주사변을 볼 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만주사변이 결코 그 이전의 일제의 한국침략정책과 무관하게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주사변을 야기시킨 일본군의 주모자들은 '조선의 통치는 滿蒙을 우리 세력 밑에 넣음으로써 비로서 안정될 것이다'(石原莞爾), 또 '결국 滿蒙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진정한 한국통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재한 유식자들의 일치된 의견이다.'(板垣征四郞)라는 등, 만주점령과 한국지배의 '안정'에 있어서의 상호연관성을 번갈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일제의 만주장악은 단지 한국지배의 안정화에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일제가 중국본토를 침략할 발판의 구실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일제의 '문화정치'는 끝나게 되고, 노골적이며 야만적인 탄압과 수탈이 강행되엇다. 즉 일제는 만주침략을 계기로 또다시 민족말살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병참기지화 정책에 부합되도록 식민지 수탈정책의 재전환을 강행하였고, 그 수법도 한층 악랄하게 되었다.

일제는 군사력과 경찰력을 증강하는 한편, 철저한 사상통제체제를 갖추기 시작했다. 조선사상범 모호관찰령(1936)의 실시로 지식인을 감시하고, 사상전향자 단체인 시국대응 全鮮사상부국동맹을 만들어 반일사상의 박멸을 선전케 하였으며, 1941년에는 전향하지 않은 사상범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기 위해 조선사상범 예방구금령을 제정하기도 했다. 또한 일제는 중일전젱 직후인 1938년부터는 국가총동원법을 조선에도 확대적용하여 국민정신총동원 조선연맹을 결성하고 마을 단위까지 지방연맹을 두고, 각 직장연맹도 두었다.

또한 일제는 1936년 동아일보의 무기정간을 필두로 그들의 민족말살정책에 저항하는 한국인의 언론기관과 문화단체를 다차없이 탄압햇다. 이어 이른바 '창씨개명'을 강요하는 한편, 일본 관제미신인 신사참배까지도 한국인에게 강권하였다. 일제는 갖은 강압조치와 그들의 식민지 교육정책을 통해 '황민화'라는 슬로건 밑에 공공연하게 한민족말살정책을 강행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제는 한국인 친일관료및 경찰기구를 동원하였다.

즉 일본의 식민지 권력은 독자적인 국가권력으로서가 아니라 일본제국주의의 국가장치에 불가했던 것이며, 따라서 식민지 한국의 구조적 특수성을 무시하고 성립되었으며, 고도로 침투적이고 중앙집권적인 관료제를 주축으로 편제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식민지 권력은 본국의 국가권력의 성격변화에 따라 그 성격이 변화되었으나, 식민지의 중앙집권적인 관료제를 중심으로 한 통치구조내에서 본국의이익을 대표해 국가권력을 집행하는 식민관료는 식민지 권렬구주의 핵심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순수하게 통치기구라는 점에서 볼 때,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정비 운용된 일제의 식민지 통치기구는 구한국 정부기구보다는 훨씬 더 근대화되어 있었다. 그것은 일본이 한국보다 빨리 근대화하면서 근대적인 통치기구를 갖추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며, '식민지의 경제개발이나 지배체제 강화를 위해서는 그 기초적 요건으로서 능률적인 근대적 행정기구의 도입을 필수로 했던 것이다.'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에서의 관료제는 일본의 천황제적 통치원리에 따른 식민지 통치기구로서 근대적인 법규와 관료체계를 갖추면서도 하나의 거대한 특권층을 형성하여 천황에게만 책임을 질 뿐 국민들에게는 위압적인 지배만을 일삼는 관료제였다. 특히 식민지 통치기구로서의 관료제는 관료제 자체가 정치체제의 지배자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어, 식민지에 파견된 관료들은 본국 정부의 최소한의 명령에 근거하여 식민지 국민들에게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일제시대 조선총독이 일본 천황에게만 책임을 질 뿐, 일본내각의 통제조차 거의 받지 않고, 조선에 있어서의 입법, 행정, 사법 및 육해군의 통솔권까지의 모든 권력을 갖고 있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일제시대 통치기구로서의 관료제는 지배자적 관료제 로서의 특성을 지니고 있었으며, 식민지 관료는 지배계급의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식민지의 지배자적 관료제 통치구조하에서 지배계급의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는 식민지 관료를 권력구조면에서 분석해 보면, 권력핵은 조선총독, 조선주둔군 총사령관, 정무총감, 법원장등을 들 수 있으며, 권력장치로는 총독부의 과장급이상 고위 관직자 및 각도의 도지사, 참여관, 과장, 부윤, 군수, 각급 경찰서장, 경시, 경부, 세무서장, 판 검사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권력구조면에서 볼 때, 식민지시대 조선인관료가 차지할 수 있었던 최고의 자리는 권력의 핵에 봉사하는 권력장치에 놓여 있었다. 즉 총독이나 정무총감 또는 조선주둔군 사령관 등 권력의 핵에 해당되는 직위는 일본인에 의해서 독점적으로 점유되었다. 또한 대부분의 중앙행정기관의 고등관직은 일본인 관료들이 점유하였다.

총독부관제의 최고위 관료직계는 국장급으로, 이들의 대부분이 일본인으로서 일본에서 관료로서 직접 경험한 노련한 행정 실무가들이었다. 물론 이들 속에 조선인 관료도 포함되었지만, 그것은 극히 예외적인 것으로서 일제시대 전반에 걸쳐 학무국장직에 단 2명의 조선인 관료가 임용되었을 뿐이다. 지방행정기관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도지사에 조선인 관료들이 비로서 임용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총독부 직제상 중요한 정책의 입안과 정책의 핵심적인 집행기능을 담당한 관료들인 총독부 과장급에도 대부분 일본인 관료들이 임용되었다. 조선인 관료가 주로 임용된 고등관직은 지방관인 군수직이라고 할 수 있다. 군수직은 정책의 입안을 할 수 있는 중앙행정기관의 과장급과는 달리, 중앙행정기관에서 입안된 정책들을 집행하는 대민집행관으로서의 역할을 주로 담당하였다.

따라서 일제시대 식민지 조선에서의 조선인 관료(고등관)들은, 넓은 의미에서 보면 조선총독부를 주축으로 식민지 조선에서 일본인 관료들과 함께 지배자적 관료제에 포함되어 지배계급의 몫의 일부분을 담당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당시 조선사회는 지배민족과 피지배민족간의 갈등이 지배계급과 피지배갈등보다 우세하였던 식민지사회였기 때문에, 조선인 관료가 피지배민족 출신이었던 만큼 그들이 행사하는 권한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즉 권력구조의 핵심적인 지위에는 모두 일본인 관료가 임용되었으며, 조선인 관료는 일본인 관료들에 의해 입안되고 결정된 정책들을 집행하는 식민정책의 대민집행관으로서의 기능과 일본의 식민통치에 대하여 정당성을 부여해 주는 기능, 그리고 조선인들에 대한 회유기능등을 수행하는 직위에 주로 임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조선인 관료로서의 위치는 일본인 관료의 수족적 성격을 띠지 않을 수 없었으며,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보직, 승진, 급여면에서 일본인 관료에 비하여 심한 차별대우를 받았다. 조선인 관료들의 이러한 역할과 위상은 조선총독부의 계산하에서 이루어 진 것인데, 이를 조선총독부의 조선인 관료의 임용정책과 실제 임용상황을 통해 알아보기로 한다.

갑오개혁을 통해 식민지화의 준비단계인 구한국정부의 통치기구의 제도개혁을 이룩한 일본은, 러일전쟁후 본격적인 식민지화 작업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일제가 한국의 관료인사권을 빼앗아 간 것은 1907년 한일신협약을 강제 체결케 한 때부터 본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정부는 이 협약에 의하여 시정에 관해서 통감의 지휘를 받고, 법제정이나 행정상 중요한 처분은 통감의 승인을 얻어야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친일적인 식민관료를 형성하기 위하여, 한국고등관료의 임면(任免)은 통감의 동의에 의해서 행하고, 통감이 추천하는 일본인을 한국관료로 임명하도록 하였으며, 또한 통감의 동의하에 외국인을 용빙하도록 하였다. 따라서 일제의 친일관료의 형성은 이미 한일합병 이전부터 치밀한 계획하에 이루어 졌다고 볼 수 있다.

일제는 1910년 8월 22일에 조인된 한일합병조약문 제7조에서 "일본정부는 성의 충실히 신제도를 존중하는 한인(韓人)으로서 상당한 자격이 있는 자를 사정이 허하는 한에서 한국에 있어서의 제국관리로 등용한다."고 하여, 일제의 조선식민 통치정책을 수행하는 관리로서 조선인을 이용할 것을 내세웠다. 이것은 언어가 다른 조선을 통치하는 데에 있어서 조선민중과의 매개체로서, 또 대한제국관리들의 항일화 방지와 그 회유책으로서도 중요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일제는 대한제국관료에 대해서는 "조선총독부설치에 관한 칙령"을 공포하고, 종래 한국정부에 속한 관청은 내각과 표훈원을 제외하고는 조선총독부 소속관서로 간주하여, 이들의 관서에 재근하는 관료에 관하여는 구한국정부의 재근중과 동일히 취급하며, 구한국법규에 의한 친임관(親任官)은 친임관의 대우, 칙임관(勅任官)은 칙임관의 대우, 주임관(奏任官)은 주임관의 대우, 판임관(判任官)은 판임관의 대우를 받는 것으로 하였다.

그러나 대한제국관리가 총독부하에서 구한국정부와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모두가 총독부관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아니었다. 이는 총독부의 조선인 관료의 임용에 대한 기본방침 중 첫째가 조선의 어떠한 계급과도 권력을 분할하지 않는 직접지배방침 아래, 시기에 따라 그 운용을 달리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1909년 6월 현재 {한국직원록}에 수록된 조선인 관료 3,624명중 2,449명이 일제시대의 관료로 임용되어 대한제국 관료들의 일제 식민기구에의 임용비율은 67.6%에 이르고 있었지만, 그 대부분이 지방에 근무하였다. 완전 식민지화됨으로써 그 이용가치를 상실한 고급관료 중 최고관인 친임관은 15명 중 14명이 중추원이라는 일종의 명목상의 조선인 회유기관에 임용되었으며, 칙임관 113명중 28명이 중추원에 그리고 중추원 촉탁이 2명, 취조국에 1명, 일반직에는 19명이 임명되어서, 총 50명이 일제시대에 임용되었다. 주임관은 684명 중 401명이 일제시대 관료로 임용되었는데, 군수가 249명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판.검사로 46명이었다. 군수이상의 고위직으로는 10명이 임용되었으며, 중추원에도 29명이 임용되었다. 판임관 2,812명 중 향교직원이 215명, 훈도가 216명, 그리고 합병 당시 주임관인 군수로 등용된 28명을 제외한 나머지 1,525명이 서기나 기수로 임용되었다.

즉 대한제국 정부내에서 권력의 핵심직위에 있던 친임관들을 중앙행정기관에서 모두 배제하면서 대한제국 시대와 이름만 같을 뿐 그 기능에 있어서 유명무실한 중추원이라는 한직에 가두어 놓았다. 이에 비해 칙임관부터는 일선 행정기관에 등용하였는데, 직접 민중과 접하는 말단직위일수록 조선인을 많이 이용하여, 판임관은 70.6%나 일제시대에도 임용되었으나 주임관은 58.6%, 그리고 칙임관은 44.2%만이 일제에 의해 식민관료로 이용되었다. 이는 한민족의 저항을 가급적 축소시키기 위해 직접적인 대민기관에는 조선인을 책임자로 지속시키고, 직접 민중과 접하는 말단직위일수록 같은 조선인을 많이 임용하는 간접통치방식을 취하였으나, 고급관료는 정치권력에서 철저하게 배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료임용방침은 총독부내의 인사행정면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이를 일제 식민지시대의 관료에 대한 조선인 대 일본인 구성비를 통해 자세하게 살펴 보기로 한다.

<표 1>를 분석하면, 첫째 관료의 임용에 있어서 조선인과 일본인 구성비 간의 지나친 격차(약 1:3)를 들 수 있다. 둘째 이같은 격차는 동일한 조선인과 동일한 일본인내에서의 고급관료와 하급관료들의 구성편차 때문에 더욱 심화되었다. 즉 조선인의 구성비는 하급관료에 편중한 데 반하여 일본인의 구성비는 고급관료에 편중되어, 실제 총독부내 칙임.주임 등 고등관의 구성비는 1942년의 경우 조선인 대 일본인이 약 4:96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군다나 중앙행정부서인 총독'부'의 고등관의 구성비는 더욱 낮아, 주임관의 경우 1922년과 1932년에는 5%의 선을 유지하였으나, 1942년에는 4%로 낮아졌고, 칙임관의 경우는 1932년과 1942년에는 한 명도 임용되지 않았음을 볼 수 있다. 이는 일제가 조선인의 고등관 임용을 억제하되, 특히 중앙집권적 식민지 관료제하에서 모든 정책결정이 이뤄지는 중앙행정기관에는 배타적일 정도로 일본인 관료들만 임용하는 일제의 직접지배방침의 일환이었다.

＊자료:{조선총독부 통계년보}, 1922 7편(표 78), 1932(표 432), 1942(표 407)
	1922			1932			1942
	총독부	소속관서	전체	총독부	소속관서	전체	총독부	소속관서	전체
칙임관	7.1	47.2	40.7	0	36.4	32.0	0	25.5	22.8
주임관	5.4	29.8	27.1	5.2	25.0	23.3	4.0	20.1	17.7
판임관	5.8	38.7	37.9	7.2	35.5	35.0	8.0	32.9	32.2
촉 탁	18.9	22.4	21.6	19.8	30.0	28.3	67.6	33.8	47.7
고 원	23.6	48.4	46.0	26.6	41.6	40.8	52.1	57.6	57.3
전 체	15.1	40.6	39.4	18.9	37.3	36.6	39.0	44.8	44.5

이같은 현상은 한 마디로 헌병경찰통치체제에서 조선인 고급 문관관료의 등장이 근본적으로 제약되었다는 사실과도 직결되며 한 걸음 더 나아가서는 통치체제의 투입면의 정치과정은 거의 존재치 않은 반면, 그 산출면의 통치과정만이 강조되던 총독통치체제 하에서 그나마 사회가치를 확보 내지 창출하는 기능을 담당할 수 있었던 관료들을 충원하는 통로를 일본인들만이 거의 독점케 함으로써 조선사회에 대한 제사회가치를 근본적으로 독점 내지 수탈하려는 정책목표를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일제시대 임용된 조선총독부 관료 중에서 친임관에 해당되는 것은 군인출신인 총독과 그의 행정적인 최고 보좌관인 정무총감 단 두사람 뿐이었다. 조선인 귀족으로 임명되는 중추원의 부의장이 친임관의 대우를 받는 대우관이었으나 아무런 실권이 없었다.

칙임관은 중앙청의 각 국장(대체로 고등관 1등)과 도지사(고등관 2등)에 한정되었으며, 중추원 고문과 찬의는 칙임관 대우를 받는 대우관이었다. 도지사의 차석이라고 할 수 있는 도참여관은 보통 고등관 3등으로서 주임관의 반열에 속해 있었다.

비교적 폭이 넓었던 주임관의 경우는 직책에 따라서 여러가지 호칭이 붙었다. 중앙청의 각 과장과 그 고급 과원(課員)을 총독부 사무관, 도의 부장을 도사무관이라 하였으며, 부장 아래의 과장급을 도이사관이라 하였다. 조선인 관료가 차지할 수 있는 가장 전형적인 고등관직 이었던 군수는 도이사관의 바로 아래에 위치하였으며, 동시에 주임관의 말단에 속해 있었다. 이른바 고등문관시험이란 이 주임관 채용시험이었다.

이 장에서는 1930년대 주임관이상의 고등관들을 대상으로 하여, 그들이 식민기구의 어디에 주로 이용되었으며, 그들의 특성이 무엇이었나를 고등관직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다만 시기를 1939년까지로 한정한 것은 창씨개명이 1939년 11월 10일 제령 제19호로 발표되어, 1940년 2월 11일부터 시행되었기 때문에 1940년 이후의 자료에서는 일본인과 조선인을 식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식민관료로서 조선인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직은 지방관인 도지사였다. 그런데 이들 도지사들은 크게 둘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대한제국 관료 출신으로 도지사가 된 부류로서 이를 다시 세분하여 보면 다음의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주로 대한제국의 칙임관으로서 병합 당시 도지사나 참여관으로 임명된 자들이다. (2) 주로 대한제국의 주임관으로서 병합당시 군수로 임명되었다가 후에 참여관을 거쳐 도지사로 승진한 자들이다. (3) 대한제국의 판임관으로서 일제에 의해 주로 군서기나 경부등 말단 관료로 임용되었다가 군수 참여관을 거쳐 도지사가 된 소위 추종형 관료들이다. 둘째는 일제시대 새로 충원된 자들로 그들의 숫자는 별로 많지 않다. 이는 병합 당시 임명되었던 도지사나 참여관의 대부분이 유임되고 있던 여건 아래서는 특별히 충성을 인정 받았다거나, 또는 남달리 반민행위라도 하지 않는 한 고급관료로의 승진이 사실상 막혀져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병참화정책을 수행하였던 30년대에 도지사로 임용된 자들은 초기와는 달리 추종형 관료들과 일제에 의해 새로 충원된 자들이었다. 대한제국시절 판임관으로 근무하다가, 합방후 일제 식민기구에서 말단관료로부터 출발하여 도지사까지 오른 소위 추종형 관료들은 <표 2>와 같다.


이 름	대한제국 관 직	일제시대 초 임 직	중 간 직	최 종 직	연령(입관 년도)학력	기 타
강필성 (姜弼成)	탁지부 주사	도서기 (1910)	풍산군수 (1914-24) 중추원참의 (1930)	전남참여관 (1935) 황해지사 (1937-9)	25 (1908) 早稻田大校外生	퇴관(1924)후금융조합장역임,복관
김동훈 (金東勳)	학부주사	도서기 (1910)	홍천군수 (1917) 함북재무부장 (1924)	경기참여관 (1930) 충북지사 (1935-9)	26 (1909) 관립일어 학교
김시권 (金時權)	탁지부 주사	군서기 (1910)	경원군수 (1914) 함북상공과장.평남재무부장 (1922-31)	경북참여관 (1932) 전북.강원지사 (1936-9)	26 (1909) 평양일어 학교
손영목 (孫永穆)	군주사	도서기 (1910)	고성군수 (1917)	강원.경남참여관(1929-34) 강원.전북지사 (1935-9)	22 (1909) 사립進成學校
유진순 (劉鎭淳)	탁지부 주사	위원군수 (1910)	평북참여관 (1921)	충북지사 (1929) 중추원참의 (1934-9)	(1909)
윤태빈 (尹泰彬)	외국어 학교교사	도서기 (1912)	경기도 이사관 (1921)	경기참여관 (1935) 강원지사 (1939)	24 (1907) 관립일어 학교
정교원 (鄭僑源)	탁지부 주사	토지조사국 서 기 (1910)	거창군수 (1917) 총독부내무국사무관 (1921-9)	전남참여관 (1929) 황해.충남지사 (1933-8) 중추원참의 (1939)	23 (1906)	총독부민정시찰사무관
이성근 (李聖根)	황해도 경부	황해도 경부 (1911)	평북도경시 (1920) 전남이사관 (1927)	함북참여관 (1932) 충남지사 (1939)	23 (1907) 전주育英學校

이들은 병합 당시 20대로 대부분 통감부설치 이후 입관한 자들로서, 일어학교 출신자가 8명중 3명이나 된다. 이들은 대부분 군서기로 출발하여 군수를 거쳐 도참여관과 도지사로 승진하였으며, 처음부터 치안기관인 경부로 부터 경시(경시)를 거쳐 승진한 경우는 하나 밖에 없다. 대한제국 판임관 출신인 이들은 1920년대 후반부터 참여관으로 임용되었다가 1930년대 중반 이후 도지사로 등용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1939년까지 주로 도지사직에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중 중추원 참의로 임용되었던 자는 1명(정교원 1939)에 불과하다.

이들과는 달리 주임관으로 군수로 일정기간 그무하다가 친일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30년대에 도지사로 등용된 자들은 <표 3>과 같다.

이들 관리 중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사람은 아마도 이범익일 것이다. 충북 단양에서 출생한 그는 당시 한국인 고급관리들 중에서는 가장 문벌이 좋았다. 아버지는 한말의 관료로 한국병합직후 이왕직 참사를 역임했다.

이범익은 한국외국어학교를 졸업한 뒤 모교에서 잠시 교편을 잡고 있던 중 1904년 러일전쟁이 터지자 일제의 육군통역으로 차출되어 종군했다. 이 경력이 그 뒤 그의 관계진출에 큰 자산이 되었다. 통감부시절에 탁지부 번역관을 거쳐서 농상공부 서기관으로 관료세계에 발을 내디딘 그는 동 비서관을 거쳐서 내부 서기관 겸 비서관으로 있을 때 한국병합을 당했다.

<표 3> 대한제국 주임관 출신 일제시대 도지사 명단
이 름	대한제국 관 직	일제시대 초임직	중 간 직	최 종 직	연령(입관년도),학력	기 타
이 범 익 (李範益)	농상공부 서기관	총독부속 (1911) 춘천군수 (1912)	내무국사무관(1921 -4) 경남참여관(1928)	강원.충남 지사 (1933-8)	27 (1903) 일어학교	러일전쟁당시 日軍통역, 총독부민정시찰사무관
홍 승 균 洪承均)	고성군수	동군수 (1910)	총독부내무부사무관(1921 -7) 경북참여관(1928)	충북지사 (1929) 전북지사 (1931)	45 (1907)	총독부민정시찰사무관
한 규 복 (韓圭復)	탁지부 서기관	토 지 조사국 감사관 (1910)	진주군수 (1916) 충남참여관(1921)	충남.황해 지사 (1926-32) 중추원참의 (1934-9)	29 (1904) 早稻田大

일제관료로서 그는 순탄하게 승진을 거듭했다. 1912년 춘천군수로 임명되어 그 뒤 김해 달성 예천 칠곡 등지를 전전하던 그는 1921년 5명의 한국인 관리를 총독부 사무관으로 발탁할 때 그 중 한사람으로 뽑혀서 서울로 돌아왔다. 그로부터 3년 뒤 총독부 당국이 처음으로 한국인에게 도사무관직을 개방했을 때 황해도 내무부장으로 발탁되었다. 본시 내무부장은 인사기밀을 장악하는 도행정의 핵심적인 자리였던 만큼 한국인에 대한 문호개방이 한층 넓어진 1930년대에도 웬만한 친일파가 아니고는 맡기지 않던 자리였다.

이범익은 1927년 황해도 내무부장직에서 경남참여관으로 전출되었다가 2년 뒤 강원도지사로 승진했고 다시 1935년에는 충남도지사로 전보되었다. 2년 뒤 그는 일단 관직에서 물러났으나, 마침 한국과 만주국과의 인물교류를 열렬히 주창하는 미나미(南次郞)총독의 특별 추천을 받아서 만주국에 들어가 한인동포가 많이 모여 사는 間島省長으로 임명되었다.

성장으로 재임 중 그는 장백산맥 일대에서 공산게릴라의 위협으로부터 한인동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省당국이 독자적인 군사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실현되지 않았으나, 그뒤 1939년 10월에 관동군예하 제2 독립수비대장 노조에(野副昌德)육군소장이 이끄는 게릴라 토벌대는 遊擊區 내의 근거지를 샅샅이 추적하기 시작하여 1년반만에 이른바 東北抗日聯軍을 섬멸하게 된다. 이때 가까스로 만주국경선을 넘어 소련으로 피신하는 데 성공한 일부 한인들이 불하디부스톡 근처에 있던 소련 극동군 정보기관인 오케얀스카야의 야영학교에 수용되었던 것으로 알겨지고 있다.

이범익은 1940년 2년반동안의 간도성장 복무를 마친 뒤 만주제국 참의부 참의로 임명되었는데, 참의부는 황제의 최고 자문기관으로 입법기관이 없던 만주국에 있어서는 사실상 입법대행기관이기도 했었다. 그느 이때 한국인동포에 대한 차별적인 쌀 배급제도를 철폐할 것을 주장했다. 이는 처음에 관계당국의 반대에 부딛쳤으나, 그라 자신도 한국인인만큼 일반 동포와 마찬가지로 차별대우를 받아야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바람에 관계당국도 하는 수 없이 굴복했다고 한다.

그뒤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군포에 집을 장만하고 일제 패망 직전에 중추원고문으로 발탁되어 해방을 맞았다.

대한제국 관료 출신자들과는 달리 일제 총독부 시대에 충원된 관료 중 1939년까지 도지사로 임용된 자들은 3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다음과 같다.


이 름	초임직	중간직	최종직	연령,학벌	기 타
고원훈 (高元勳)	경무총감부경부 (1911-3)	중추원참의(1924) 전남참여관(1925)	전북지사(1932-5) 중추원참의(1939)	49세 明治大學	보성전문학교교수,교장(1913-24)
유만겸 (兪萬兼)	총독부속 (1918)	문경군수(1920) 학무국종교과장 (1924)	평북.경남.충남참여관 (1928-39) 충북지사(1939)	41세 東京帝大	兪吉濬의 子
남궁영 (南宮營)	진도군수 (1918)	총독부학무국. 식산국사무관 (1921-6)	충남.경남참여관(1927-30) 충북지사(1931) 중추원참의(1935-9)	43세 東京帝大	총독부민정시찰사무관

위의 표에 의하면, 일제시대에 충원되었던 관료 중에서 도지사로 승진하였던 자들은 모두 식민모국인 일본대학 출신자들이었으며, 1930년 당시 전부 40대로 이들 모두 1930년대 후반부터 도지사로 등용되기 시작하였다. 이들 이외에 1939년 이후의 도지사들 가운데 비로소 고등문관시험 합격자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일제시대 단 한명의 고등문관시험 출신의 도지사는 1923년에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고등문관시험에 합격한 明治대학 출신의 이창근(李昌根)이다. 그는 일본유학 중에 경찰당국으로부터 감시를 받기도 했던 이르자 '요시찰학생'이었는데, 고시 합격 후에는 총독부관료로 채용되어 내무국에서 시보를 거친 뒤 경찰관강습소(현재의 경찰대학에 상당함)교관으로 임영되었다. 곧 이어 그는 군수를 거치지 않은채 일약 충남 산업과장(도 이사관)으로 발탁되었다. 이같은 인사는 일본인 고시 합격자에게는 당연한 것이었으나, 한국인으로서는 파격적인 인사였다.

그뒤 총독부 학무국 종교과장, 함남 재무부장을 거친 그는 1934년 종래 도에 소속되어 있던 재무부가 세무감독국(오늘날의 지방국세청에 상당함)으로 독립되어 나갈 때 평양 세무감독국 세무부장으로 기용되었다. 이어서 그는 경북 경기 양도의 참여관을 거친 다음 1942년에는 충북도지사로 승진되었고 다시 경북도지사로 영전했는데, 일제 패망직전에 퇴직하였다. 한국인 최초의 고시합격자에 걸맞는 화려한 출세였다.

합방과 더불어 실제 정책결정이 행해지는 총독부 핵심기관에는 모두 일본인 관료만 임용되었으며, 여기서 결정된 정책은 각급 지방간천에서 조선인 관료에 의해 집행되었다. 이러한 지방관청의 장인 도지사의 임용에 있어서도 병합 초기에는 과거 정변관련자로 일본에 망명하여 일제와 밀접한 관계를 가졌던 가장 친일적인 무관출신 인사들을 우대하였다는 점이 특색이었다. 이에 비해 1920년대 후반부터는 대한제국시절 주임관으로 합방당시 군수로 임용되었던 수많은 식민관료 중 친일성과 생정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도지사로 승진하는 부류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는 일제가 기만적으로 내세웠던 문화정치기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문관 중심의 행정관료로 성장하였던 자들을 도지사로 임용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1930년대 중반이후 도지사로 등장하는 조선인 관료 중 대부분이 대한제국의 통감부시절에 입관하였던 말단관료 출신의 행정관료였으며, 이들 중 일제가 조선을 식민지화 하는 과정에서 친일관료들을 양성하기 위해 세웠던 일어학교 출신자가 3명이나 된다. 1930년대 후반부터는 대학졸업자들과 고등고시 합격자들이 도지사로 등용되기 시작하는데, 이는 30년대 고등고시 출신자들의 고등관 진입후 이들의 성장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즉 30년대로 들어서면서부터 그 시기의 행정의 기본적인 흐름인 통제강화와 전시체제의 흐름에 적합한 대학출신의 고학격자들과 고등문과시험 합격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통제형 관료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일제시대 조선인 식민관료의 전형적인 고등관직이 바로 군수이며, 대부분의 고등관료가 군수를 최종직으로 하였다. 일제시대(1939년 까지) 군수로 임용되었던 자들은 총 1,040명이었다. 다음의 표는 일제시대에 군수로 임용되었던 모든 식민관료들을 시대별로 유형분류한 것이다.


유 형	1910년대	1920년대	1930년대	합 계
처음부터 군수 임용	381	17	13	411(39.5%)
서기→군수	74	184	172	430(41.3%)
경부→(경시)→군수 경시→군수	5	19	22	46 (4.4%)
재판소서기→군수	2	6	2	10 (1.0%)
판사→군수	6	1		7 (0.7%)
기수→군수	4	4	6	14 (1.3%)
시학관→군수		3	16	19 (1.8%)
촉탁,통역생→군수			2	2 (0.2%)
이사관급이상 승진	53	31	17	101(9.7%)
합 계	525(50.5%)	265(25.5%)	250(24.0%)	1040(100%)

일제시대 식민관료중 군수를 역임했던 자는 총 1040명이었다. 그 중에서 약 반수인 525명이 1910대에 군수로 임용되었으며, 1920년대와 1930년대에 나머지 반수가 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1910년대에 임용된 군수들의 유형을 보면 처음부터 군수로 임용되었던 자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대한제국시 군수로 재직하다가 합병후에도 일제에 의해 식민화 직후 지방통치의 난점을 해결하고, 친일적인 관료들을 회유하기 위해 군수로 유임되었다. 그러나 식민지화가 정착됨에 따라 이들 군수로 유임되었던 자들 중 57.6%가 합병후 5년이내에 관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192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합병 당시 20대로 주로 통감부시절 이후에 입관하였던 자들이 군서기를 거쳐 군수로 임용되기 시작하였다. 일제시대 전반에 걸쳐서 이들 두 유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에 비하여 경부나 경시를 거쳐 군수로 임용된 자들은 4.4%인 46명에 불과하였다. 이는 일제시대 전반에 걸쳐 대민 억압기능을 직접 집행하였던 치안기관의 말단관료였던 수많은 순사보나 헌병보조원들에게는 주로 순사나 경부가 그들이 승진할 수 있었던 최고직이었으며 그 중에서 경시를 거쳐 군수로 임용되었던 자는 극히 드물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군수에서 이사관급 이상의 승진자는 약 10%에 달하는 101명으로, 조선인으로서 일제의 최고위직에 승진하려면 합방초기를 제외하고는 군수를 역임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약 90%)의 군수가 군수를 최종직으로 하여 퇴관하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조선인 관료가 승진할 수 있었던 가장 전형적인 고등관직이 군수였음을 알 수 있다.

일제시대에 경시로 임용되었던 자는 총 45명이었다. 이렇게 조선인 식민관료 중 치안기관의 고등관직인 경시에 임용된 자가 적은 것은, 워낙 군수나 판사에 비해 경시 자체의 수가 적기도 하였지만, 1919년 당시 일본인 경시 34명에 비해 조선인 경시는 10명만이, 그리고 1925년에는 일본인 경시 37명에 대해 조선인 경시는 11명만이 임용되었던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일제시대 전반에 걸쳐 순사나 순사보는 조선인을 다수 채용하였음에 비하여 경부이상은 일본인을 거의 3배이상 많이 채용하였던

총독부의 임용정책에 기인하였다. 이는 식민지를 감시.감독하는 치안기구의 정책결정이 주로 일본인에 의해 수행되었지만, 직접적인 대민억압기능은 같은 한국인을 이용하는 것이 치안유지면에서 효과도 높이고, 조선 민족내의 분열을 조장하였기 때문이었다.

일제시대 전반에 걸쳐 경시로 충원되기까지의 유형을 분류해 보면 아래의 표와 같다.


유 형	1910년대	1920년대	1930년대	합 계
경 시	1	2		3 (6.7%)
경부→경시	1	7	7	15(33.3%)
속→경시			2	2(4.4%)
(속)경부→경시↔군수	2	5	9	16(35.5%)
경부→경시→군수→이사관급이상	1	6		7(15.6%)
통역생→경부→경시/군수		1	1	2(4.4%)
합 계	5(11.1%)	21(46.7%)	19(42.2%)	45(100%)

전반적으로 보면, 1910년대 보다는 주로 1920년대와 1930년대에 경시로 임용되었으며, 대한제국 관료 출신 경시들은 주로 1920년대에 경부에서 경시로 승진한 부류가 많았음에 비하여, 일제시대에 충원된 관료 출신 경시들은 주로 1930년대에 경부에서 경시를 거쳐 군수로 임용된 자가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경부(警部).경시를 거쳐 직접 이사관급으로 승진하기 보다는 일단 군수를 거쳐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임을 알 수 있다. 일단 경시로 임용된 자들 가운데에서 군수를 거쳐 이사관급 이상의 관직으로 승진한 비율은 군수보다 높은 15.5%나 되었다. 이는 일본 식민지 지배자들이 정책적 충원과정에 커다란 비중을 두고 있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정책적 충원과정이란 먼저 밀정이나 헌병보조원으로 일하고 난 후 상당한 신임과 능력이 인정될 경우 순사부장으로 그리고 경찰간부직을 부여한 후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에는 이들을 일선 행정관서인 군수등으로 기용한다. 일단 군수로 근무한후 다시 그 능력이 인정되면 도참여관 또는 심지어 도지사까지 승진시키는 것으로, 이 충원과정을 통해서 대다수의 관료들이 한국인에게 있어서는 민족적 분열감을 조선시킴과 동시에 철저한 정도로 식민지 지배체제의 수단으로 기능할 수 밖에 없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였던 것이다.

일제시대에 판.검사로 임용되었던 자들은 모두 221명이었다. 이들 중 81명이 대한제국 관료 출신자들이며, 이들의 유형분류는 다음과 같다.

＊비고:( )안의 숫자는 합병후 5년이내에 관직에서 물러난 자들을 표시한다.
유 형	1910년대	1920년대	합 계
판.검사	78 (49)		78(96.3%)
서기→판.검사	1	2	3(3.7%)
합 계	79(97.5%)	2(2.5%)	81(100%)

통감부시절에 이미 법관은 일본인으로 대치되어, 1909년에 일본인 판사 192명에 한국인 판사는 겨우 88명에 불과하였다. 1910년에는 일본인 판사 183명에 한국인 판사 70명, 일본인 검사 55명에 한국인 검사 6명, 그리고 1912년에는 일본인 판사 161명에 한국인 판사 38명, 일본인 검사 54명에 한국인 검사 3명 밖에 없었다. 따라서 합병 당시 한국인 판.검사의 대부분은 대한제국시절 판.검사들이 그대로 유임되었으나, 1912년 한국인 판사의 수가 거의 절반 가까이 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병합 후 5년이내에 사직한 자들이 대한제국 판.검사 출신 중에서 약 63%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 한국인 판사가 전체 총독부 판사 중 약 20%내외(1910년 27.7%, 1912년 19%)을 차지하였음에 비하여, 한국인 검사는 전체 총독부 검사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12년 5.2%에 불과한 3명이 임용되었다는 것이 주목된다. 이는 한국인 임용제한의 불문률로 재판소 검사에는 한국인을 임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들 중 다수가 그 후 변호사로 개업하었다. 일제시대에 새로 임용된 관료 출신 판.검사들의 충원유형은 <표 8>과 같다.

일제시대에 새로 판.검사로 임용된 관료 140명 중 약 74%가 재판소 서기를 거쳐 판.검사가 되었으며, 그들 내에서는 1920년대가 61%나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일제가 3.1운동이후 늘어나는 사건의 판결 처리를 위하여 변호사를 판.검사에 임용하기도 하였고, 또 사법사무에 5년이상 종사한 판임관을 지방법원 지청판사에 임용하도록 임용규칙을 개정하였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군수나 다른 고위관직에 비해 일제시대 충원자가 대한제국 관료 출신자보다 1.7배나 많은 것이 특징이다.

위의 표에 의하면, 전반적으로 판.검사들은 1910년대에 약 절반 가까이 충원되었으며, 그 다음이 1920년대로 약 38% 그리고 1930년대에는 약 14% 정도가 충원되었다. 그리고 1910년대에는 처음부터 판.검사로 임용된 경우가 많았으나, 1920년대에는 재판소서기를 거쳐 판.검사로 임용된 경우가 많았다.

위의 표들을 종합하여 보면, 대한제국 관료 출신 판사들은 거의 대부분 대한제국 시대의 판사들이 1910년대에 임용되었으며, 그들 가운데 63%인 49명이 합방 후 5년이내에 판사직에서 물러났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비하여, 일제시대에 충원되었던 관료 출신 판사들은 주로 재판소서기로 일정기간 근무하다가 판사로 승진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경성전수학교 졸업자들이었다. 즉 수많은 재판소서기 중 고등교육이수자, 특히 경성전수학교 법학과 출신들이 1920년대에 판사로 임용되었으며, 1930년대에는 고등문관시험 합격자들이 사법관시보를 거쳐 판사로 등용되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시대별로 보면 약 절반가량이 1910년대에 판사로 등용되었는데, 이는 합방당시 주로 법관양성소 출신의 판사들을 일제가 대부분 임용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 관료의 충원배경;고등문관시험 합격자를 중심으로

일제하에서 관료임용시험에는 공개시험과 전형시험이 있었는데, 칙임관.기술관.고용원에게는 전형시험이 적용되었고, 공개시험은 고등시험령에 의한 고등문관시험과 보통시험령에 의한 보통문관시험, 그리고 조선총독부판임문관임용자격시험규칙에 의하여 한국인에게 적용되는 판임문관시험이 대표적인 것이었다. 이들 중 고위중견직의 선발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고등문관시험에 의한 충원자를 중심으로 보고자 한다.

일제시대 고등문관시험 합격자 총 113명 중 본 논문의 분석시기인 1939년까지 고등관에 임용된 자는 44명인데, 이들중 7명만이 1920년대에 합격하였으며, 나머지 37명은 모두 1930년대에 합격하였다. 이들 고등문관시험 합격자들이 어떤 고등관직으로 충원되었는가를 시기별로 정리한 것이 아래의 표이다.

<비고> 괄호 안의 숫자는 군수역임 후 경시로 임용된 자의 수를 의미한다. 이들은 군수로 계산하였다.
년대 / 관직	군 수	판 사	경 시	사 무 관	합 계
1920년대	2	4		1	7
1930년대	32	1	2(2)	2	37
합 계	34	5	2(2)	3	44

이 표에 따르면, 일제시대 고등고시 합격자들의 대부분이 고등관의 초임직으로 군수에 임용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분석대상 44명의 고등고시 합격자 가운데 77%에 달하는 34명이 군수로 임용되었던 것이다. 일제시대 새로 충원되었던 관료 중에서 군수로 진출하였던 자는 총 307명인데, 그 중에서 고등고시 합격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기별로 보면, 1930년 이후에 군수로 취임한 자들은 총 215명으로, 이들 중 고등고시 합격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5%로 높아짐을 알 수 있다. 또한 일제시대에 충원된 관료가 입관후 군수가 되기까지 평균 12.3년이 걸린 것에 비해, 고등고시 합격자들은 입관후 군수가 되기까지 평균 2.4년이 걸렸다.

이에 비해 일제시대에 충원된 관료 중 판.검사로 임용된 자는 총140명이었다. 그 중에서 고등문관시험 합격자는 겨우 5명으로, 4%에 지나지 않고 있다.

일제시대에 충원된 한국인 관료 중 경시를 역임한 자는 총 24명이며, 이 중 12명은 군수도 역임하였던 자들이다. 이들 24명 중 고등고시 합격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7%에 이른다.

이를 전체적으로 보면, 고등고시 합격자들의 대부분이 고등관의 초임직으로 군수로 임용되었지만, 그들 군수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11%에 지나지 않음에 비해, 숫자는 적지만 경시로 진출하였던 고등고시 합격자들의 경시내에서의 비율은 17%에 이르고 있다. 또한 사법기관에 가장 적은 비율의 고등고시 합격자가 임용되었다.


학교명 / 년대	1920 년대	1930 년대	합 계
東京帝國大學	1	9	10
京都帝國大學	1	8	9
東北帝國大學	1	3	4
九州帝國大學		4	4
其他日本大學	1	1	2
京城帝國大學		10	10
京城傳修學校	2		2
師範學校		1	1
東京第二中學校		1	1
獨學	1		1
합계	7	37	44

그렇다면 이들 고등고시 합격자들의 교육배경은 어떠한 것이었을까? 이를 시기별로 분류해서 정리한 것이 <표 11>이다.

<표 11>에 따르면, 고등고시 합격자들의 교육수준이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즉 대학이상의 학력을 지닌 자가 전체 고등고시 합격자 중 91%나 된다. 이는 일제시대 전문대학의 교육기회가 당시의 대지주나 상공업자와 친일관료의 자손이 아니면 힘들었고, 특히 관립학교에 입학 할 수 있는 자는 친일적인 식민지 지배층의 자손이 아니면 불가능하였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때, 경제적 배경이 높았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경성제국대학을 제외하면, 기타 모든 대학은 식민지모국인 일본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유학생들이 시험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를 각 학교별로 살펴보자.

개별학교별로 볼 때 東京제국대학과 京城제국대학이 가장 많은 고등고시 합격자를 배출하였고, 그뒤를 이어 京都제국대학이 9명의 합격자를 배출하였다. 그리고 東北제국대학과 九州제국대학이 각각 4명씩의 합격자를 발표하였다. 京都제국대학은 동경대학에 비교될 정도로 유력한 관계진출을 위한 인재공급교라고 한다. 동경제국대학이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것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즉 대체로 매회의 고등시험 응시자는 3,000명 가량이었으며, 약 400명의 합격자가 일제관료의 정예로서 선발되었는데 그들 중 약 75%가 동경제국대학 법학과 출신이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현재 일본에서 고급관료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대학이 동경대학법학부인데, 이는 일본의 대학제도가 주로 관료양성기관으로 출발하였기 때문이다. 즉 일본의 대학은 처음 제국대학, 관립대학을 위시해서 저명한 사립대학들도 관료의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대학출신들이 고등고시 합격자 중 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일제시대에 한국인 고등관들은 시기별로 그 유형이 비교적 뚜렷이 구분된다. 일종의 군정체제라고 할 수 있는 무단정치를 실시하던 1910년대에는 국왕이하 구지배층을 일제의 귀족제도에 편입하여 중추원이라는 한직에 가두어 놓고, 도지사 이하 지방관을 총독부의 말단기구에 흡수하고, 지방치안이 안정된 때까지 대부분 대한제국 관료들을 식민관료로 재임용하였다. 이는 일본의 한반도 식민통치가 초기에는 구한국시대의 통치구조의 골격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특히 지방통치구조의 경우에는 일제총독퉁치체제 그 자체에 대하여 직접 저항하지 않는 지방장관이나 수령들을 모두 그대로 그 직위를 담당시켰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일제 식민지 통치체제의 초기 현상은 한국민족의 저항을 가급적 축소시키기 위하여 직접적인 대민기관에는 여전히 한국인을 책임자로 지속시켯고 당시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전통성까지도 그대로 유지시키려고 노력했음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일제의 식민지 통치체제가 정비되어가자, 대한제국 관료출신자 중 연령적으로 부리기가 쉽지 않고, 대한제국 관료의 습성이 몽에 매어 일제의 새통치체제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주임관급 관료들 중 다수가 병합 5년 이내에 관직에서 물러났다.

제1차 세계대전의 종료로 인한 국제시장의 축소와 1918년의 쌀소동 등 취약한 자본주의 구조의 모순과 위기가 격화되는 가운데 일어난 3.1운동으로 일제의 식민통치는 새로운 통치방식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졌으며, 이렇게 해서 표방된 것이 1920년대의 '문화정치'였다. 일제는 총독부관제개편과 헌병경찰제도의 폐지, 한국인 관료의 임용과 대우개선을 내세웠지만, 기본통치방식에는 변화가 없었고, 다만 통치수법이 더욱 간료해졌을 뿐이었다.

또한 한국인 관료의 승진기준을 '친일성'에 두고, 한국인 관료에 대한 재심사를 단행해 인사이동을 크게 벌였다. 이 때 많은 관료가 날라가고 친일성을 인정받은 자는 승진되었다.

1931년 일제의 만주침략을 계기로, 식민정책도 병차기지화정책에 맞게 변화하여 고도의 통제적인 군사적 파쇼체제의 시기로 들어서기 시작한 때가 1930년대 초반이엇다. 따라서 이 시기에 한국인 관료사회도 크게 바뀌게 되었다. 이 시기 행정의 기본적인 흐름인 통제강화와 전시체제이 수행에 적합한 관료들이 대거 등장했는데, 이러한 변화의 원동력은 대학 또는 전문학교를 수료한 고학력자들이 급격히 증가한데 기인한다. 1920년대 들어 한국학생들의 일본 유학열이 일기 시작했으며, 1929년부터는 비록 소수에 지나지 않았지만 경성제국대학 법문학부 졸업생들이 배출되기 시작했다.

한편, 이들 고학력자들을 대량으로 관료세계에 끌어들이는데 한?을 한 것은 다름 아니 혹심한 불경기와, 만주와 달리 거의 20년 넘게 한반도 전부가 식민지화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식민지체제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회의적 분위기때문이었던 것같다. 20년대 말부터의 세계공황과 더불어 일본에 불어닥친 소화공황으로 식민지 한국농촌은 몹시 피폐해졌으며, 새로 사회에 진출하게 된 고학력자들은 구직난으로 허덕였다. 물론 처음부터 총독부관료가 될 것을 꿈꾸면서 대학에서 법률울 공부한 사람들도 많았으나, 심한 불경기에다 구직난까지 겹쳐지게 되자 법과충신이 아니 문과 공과 농과계통의 사람들마저도 총독부에 이력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이는 일제당국으로서도 환영할 만한 일어엇다. 초창기와전환기의 한국인 관료들 중에는 총독부가 대민집행관의 역할로 어쩔 수 없이 떠맡게 된 대한제국시대의 관료들이 많았는데, 이제 어려서부터 식민지교육으로 단련되고 일본어를 자유로이 구사할 수 있는 고학력자들이 자발적으로 관료가 되고자 한 것이었다. 더우기 만주사변 이후 사태는 한층 빨리 변하고 있었고, 이에 발맞추어 전치체제 준비를 위한 행정통제를 강화해 나가야 할 입장에 놓여 있던 총독부로서는 구시애의 한국인 관료들을 차츰 이들 신인들과 교체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이에 따라 1930년대에는 대한제국 관료출신이 아닌 총독부 설립 이후 임용되었던 자들 가운데에서 군수로 승진한 자들이 주류를 이루었고, 판사도 총독부 설립 히우 충원되었던 자들이 주류룰 이루고 있다. 경시도 이와 마찬가지로 30년대 경시로 임용된 자 19명 중 17명이 합방 이후 입관한 자들이었다. 이 시기에 특이 할만한 점은 고등고시 출신의 고등관료들이 다수 등장하기 시작하여 그들 중 일제 말기에 도지사까지 역임한 자가 나타날 정도로 다른 관료들에 비해 고속 승진을 하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비하여 한국인이 승진할 수 있었던 최고위직이라고 할 수 있는 도지사의 경우에는 대한제국 관료출신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으나, 이들 대부분이 합방 후 말단관료로 부터 시작하여 도지사까지 오른 소위추정형 관료라는 점이다. 이들 외에 일제시대에 직접 충원된 자들 중 도지사에 오른 자들은 대부분 일본 제국대한 출신의 고학력자들이었다.

일본 통치는 주로 총독부의 핵심기관에서 정책결정이 행해졌고 이 정책결정은 각급 지방관청에서 한국인 관료에 의해 집행되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일종의 식민지적 간접통치의 성격을 초기에 보여주었으나 후기로 갈수록 지방관청에도 일본인 관료가 보다 더 많이 등장하기 시작하여, 일제의 식민정치가 안정화 됨과 더부러 관료임용에 있어서도 직접통치의 성격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더욱기 총독부의 중앙기관과 도단위의 지방기관에는 일본인들이 거의 대다수 통치의 핵심적인 위치를 점유하였으며 도의 경우에서나 군의 경우에서도 한국인인 도지사나 군수로 재임하고 있는 경우 일보네 절대적 충성을 보이고 있는 한국인이나 또는 일본인을 도의 참여관이나 군의 내무과장으로 임명함으로서 일종의 감시와 견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조치하였다.

이러한 일제의 통치방식에서 친일관료들은 민족전체의 이익과 상충되는 통치체제에 수렴되어, 한민족을 식민지배하는 모순에 휩싸였다. 그들은 일제의 차별과 냉대, 저위직의 한정등에서 오는 민족적 이질감을 뼈져리게 느끼면서도, 결국 그러한 불만과 갈등을 자기 민족의 지배와 독립운동의 억압에로 분출 전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