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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체제 구축기(1905~1919)의 친일파와 그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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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동화주의적 식민정책과 친일파의 육성

(1) 일제의 동화주의적 식민정책론

우리는 흔히 일제의 식민정책이 다른 서구 제국주의의 식민지배와는 그 구조나 형태에 있어서 차원을 달리하는 혹독한 착취로 일관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물론 식민지를 끼지 않고서는 근본적으로 재생산의 유지가 불가능했던 일본자본주의의 구조적 특성과, 그리고 조선이 일본에 비해 문화적으로는 오히려 앞서 있었던 현실에서 연유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일본의 조선지배는 처음부터 조선의 실상을 왜곡하고, 낙후된 조선을 일본이 지배하는 것이 조선의 발전은 물론 조선.일본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고 내세웠다. 그리고 이런 논리는 크게로는 동양의 평화를 위해, 좁게로는 조선의 문명발전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라는 이른바 동양평화 론(東洋平和論)과 문명개화론(文明開化論)이라는 침략이데올로기로 확립되었다.

동양평화론은 일본의 대륙침략이 시작되면서 동시에 제기된 것이었다. 일본은 서구문명을 지향하는 문명개화를 추진하면서 스스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한편, 중국과 조선의 후진성을 부각시켰다. 이 우월의식과 경멸감은 일본인에게 아시아의 지도자라는 의식을 고취시키고 미개한 아시아를 지도하기 위해 이를 지배해야 한다는 이른바 동아맹주론(東亞盟主論)으로 발전되었다. 1880년대 이후에는 서구열강의 아시아 침략이라는 현실적인 위기감을 조장하면서, "백인종인 서구열강의 아시아 침략에 대항하기 위하여 황인종인 아시아제국은 단결하여 일어서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과 조선이 합동하여 대동(大東)이라는 새로운 합방국을 만들고 대동국이 청국과 긴밀한 동맹관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타루이(樽正藤吉)의 대동합방론(大東合邦論)으로, 그리고 '아시아에서 벗어나 서양의 문명국과 진퇴를 같이 해야 하며, 조선의 자주적 개화는 기대할 수 없고, 강대한 문명국의 점령과 보호가 조선에 도움이 된다'는 후쿠자와(福澤諭吉)의 탈아론(脫亞論)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후 일제는 조선의 식민지화를 착착 진행하면서 언제나 동양평화론과 조선의 시정개선론을 구실로 내걸었다. 1905년 '보호조약' 체결 요구 시에도 이토오(伊藤博文)은 '일본정부는 일한(日韓) 관계를 일층 친선시키고 동양의 평화를 영원히 보지(保持)하기 위하여 한국의 외교는 일본정부가 대신 그것을 집행'한다고 표현하였다. 동양평화론은 또한 '조선의 시정개선(施政改善)', 곧 조선의 내정개혁.문명개화와 결합되어 있었다. 조선이 문명화되지 못하여 열강의 침략을 받게 되면 곧 동양의 평화가 저해된다는 것이었다. [한일의정서(韓日議定書)]에 '양국(兩國)의 친교와 동양의 평화를 위해 시정개선의 충고를 용인(容認)할 것'이라고 하였으며, '보호조약'에서도 '일본정부와 한국정부는 양제국을 결합하는 이해공통(利害共通)의 주의를 공고히 하고자 한국의 부강(富强)의 실(實)을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 이 목적을 위하여 보호'한다고 하여, 한국의 부강화를 그 조건으로 거론하였던 것이다. 특히 1907년 [한일신협약]으로 내정까지 장악하였던 통감 이토오는 '한국인은 외교권을 회복할 실력을 양성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비난하고, 정치의 개선, 교육의 보급, 식산흥업의 발전 등의 '시정개선'을 통하여 한국의 문명화는 물론 동양평화까지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런 침략의 명분은 강제적인 '합방'을 단행하면서 더욱 노골적으로 표현되었다. '합방'을 단행한 일본 천황(天皇)의 조칙에서는, ① 동양의 평화를 영원히 유지하기 위하여 일본의 안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 ② 동양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한국이 항상 화(禍)의 연원이 되어 왔다는 점, ③ 보호국 지배 이후에도 이런 점이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거론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합방'을 실시한다고 주장하였다. '합방'으로 동양의 화근(禍根)인 조선문제를 해결하여 동양의 평화를 안정.유지할 수 있고, 또한 산업과 무역의 발달을 통해 조선민의 행복 증진을 위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들은 '병합은 유일한 방법일뿐 아니라 최선의 방법'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침략이데올로기는 일제의 통치정책에 구체적으로 천명되어 나왔다.

조선통치의 근본방침은 내선(內鮮)의 일체화이고, 궁극의 목표는 조선의 시코쿠(四國)화, 쿠우슈(九州)화이다. 이에 이르는 사이의 통치자의 구상은 일시동인(一視同仁)이고, 채택된 정책(반도의 백성들에게 베풀어지는 물심양면에 걸친 제반의 정책)은 그들을 일본 본국의 일본국민과 같게 하는 것, 즉 반도민중의 일본 동화(同化)에 힘쓰는 것이 통치정책의 기조를 이룬다.

고 하여, 내선일체(內鮮一體), 일시동인(一視同仁)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동화를 달성하여 조선을 완전히 없애고 일본 영토의 일부로 확고하게 펀입한다는 동화주의정책(同化主義政策)이었다. 따라서 그들은 일본의 조선 지배를 선진국에서 행하던 식민지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누차 강조하였던 것이다.

그리하여 일제는 이러한 동화주의정책을 실현한다는 미명으로 조선의 물질적.정신적 문명화를 당면의 통치 과제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이 정책의 핵심은 역시 산업 개발과 교육 보급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산업을 발달 시켜 생활상의 여유를 만든다는 것을 '부원(富源)의 개발'이라고 하여 최우선의 과제로 내세웠으며, 이 여유가 생긴 후에 서서히 교육을 보급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산업개발은 물론 경제수탈을 위한 개발책이었고, 교육의 보급은 일본어 교육과 실업교육을 주로하여 '제국신민(帝國臣民)으로서의 자질과 품성'을 갖춘 곧 '충량(忠良)한 국민'을 양성하려던 우민화, 황민화 교육이었다.

한편 일제는 식민정책을 통해 '문명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민간의 생활상, 정신상에서도 문명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일제는 이를 '민풍개선(民風改善)'이라는 차원에서 거론하였다. 내선일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반 인민들의 반일적 분위기를 억압하여야 하였고 '문명개화론'에 빠져 식민정책에 순종하는 인간을 생활상, 정신상의 측면에서 만들어 내기 위한 통제정책이었다. 조선의 빈곤이 일반 인민의 게으름, 안일함 등에서 기인한다고 하면서 민풍개선은 주로 재래 풍속.관습의 교정을 그 중요 내용으로 하였다. 부모에 대한 효도, 향촌사회에서의 상부상조와 동심협력, 근검절약과 저축 사상의 고양, 충군애국심의 고취, 시간의 절약, 납세의무의 이행 등이 강조되었다. 일제가 이를 추진하기 위한 조직한 것이 교풍회(矯風會)였다. 주로 사치와 게으름 경계, 술집.도박 금지 등의 풍기 교정, 또는 도적의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하였다.

(2) 친일파의 육성

일제는 동화주의라는 식민지배 명분론을 선전하기 위하여 친일세력을 육성하고 이용하였다. 식민지배에서 무력적인 억압이 즉각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민족을 분열시키고, 또한 식민정책에 동조하는 집단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일제는 식민지배 전기간을 통해 줄곧 친일파 육성에 힘을 기울였는데, 합방 전과 후에 따라 구성에 있어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1910년 이전의 친일파에는 크게 세 부류의 집단이 있었다. 첫째, 일진회(一進會)와 같은 적극적인 친일단체로, 일본의 군부와 우익단체들의 조종과 원조에 의해 활동하였다. 일진회는 송병준(宋秉畯)이 일본 군부의 조종 하에 독립협회 회원이었던 윤시병(尹時炳).유학주(兪鶴柱).염중모(廉仲模) 등을 포섭하여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그 후 이용구(李容九)의 진보회와 연합하여 그 세력을 확대하였다. 이들은 그들의 논리와 소신에 따라 보호조약 체결을 선도하고 합방론(合邦論)을 주창하였다.

둘째, 정부를 장악하고 있었던 이완용(李完用).조중응(趙重應)과 같은 고관들로, 이들은 이토오와 통감부 당국에서 직접적으로 원조하고 이용하였다. 특히 이 시기 일제는 일본에 망명해 있던 갑신정변.갑오개혁 관련자들을 귀국시켜 친일파로 이용하였으며, 때로는 일진회세력과 서로 경쟁시켜 실효를 거두기도 하였다. 유혁로(柳赫魯).신응희(申應熙).정난교(鄭蘭敎).이규완(李圭完) 등의 갑신정변 관련자, 장석주(張錫周).이두황(李斗璜).이진호(李珍鎬).조중응.구연수(具然壽) 등의 갑오개혁 관련자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들은 당시 정부의 고관이 되어 일제의 식민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였던 것이다.

셋째, 또한 주목해야할 집단은 바로 계몽운동에 참여하던 사람들이었다. 일제는 적극적인 합방론이 반일운동을 격앙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 합방에 소극적인 인사들을 내세워 일본유학생이나 계몽운동에 참여하였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동양평화론, 삼국연대론 등을 유포시켰다. 그 결과 계몽운동 참여자의 많은 수가 일제 침략에 간접적인 동조세력이 되었고, 아니면 일제의 의도를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이 논리에 의거하여 동양평화와 문명개화를 주장하였다. 대표적인 계몽운동단체였던 대한자강회나 대한협회가 일본인 고문 오카끼(大垣丈夫)의 지도로 활동하고 있었던 사실에서 알 수 있는 것이다. 계몽운동은 실질적으로 '국법 범위 내'에서 정부에 건의하는 활동만을 전개하였던 것이다. 이들은 일진회와 연합하여 정치개선을 빌미로 이완용 정권 퇴진 운동을 전개하였고, 또한 서북학회와 더불어 일진회와 연합하려고 시도하기도 하였다. 계몽운동에 참여했던 사람 가운데 많은 사람이 1910년대 초기에 친일파가 되었던 것은 바로 계몽운동이 가지고 있었던 개량적인 성격때문이었다.

'합방' 후 일제는 더 광범한 집단들을 친일파로 이용하였다. 합방 과정에서의 공로를 참작하고, 또한 식민지배에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집단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첫째, 일제는 순종(純宗)을 비롯한 왕족들이 민중의 반일적인 저항을 막아 내는데는 여전히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일제는 언제나 '한국황실의 안녕과 존엄'을 강조하였는데, 일찍 [한일협약]의 5조에 "일본국 정부는 한국 황실의 안녕과 존엄을 유지할 것을 보장"한다고 하였고, [한국병합에 관한 조약]에서도 '일본국 황제폐하는 한국 황제폐하 태황제 폐하, 황태자 전하 및 그 후비와 후예로 하여금 각기의 지위에 상당하는 존치의 위엄 및 명예를 향유하게 하며 또 이것을 유지하는데에 충분한 세비를 공급할 것을 약속한다'고 하였다. 이들은 [이왕직관제]에 의해 일본 궁내부대신의 관리를 받으면서 일정한 예산을 부여 받았던 것이다.

둘째, 일제는 '합방' 조약 5조에 '훈공있는 한국인에 대한 표창 및 작위'를 준다는 조항에 따라 [조선귀족령]을 제정하고, 해당자에게 작위를 주었다. 이왕직에서 제외되었던 왕족, '합방'에 공이 있던 한말의 고급관료("보호정치시대 부터 병합 전에 걸쳐 보국 정1품, 종1품, 훈1등, 칙임1등 이상급에 속하는 자", 즉 주로 대신을 역임했던 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박영효(朴泳孝).이재각(李載覺).윤덕영(尹德榮) 등의 후작(6명)을 비롯하여 백작 3명, 자작 21명, 남작 45명 등이었다. 이른바 을사오적(李址鎔.李根澤.李夏榮.李完用.權重顯), 한일신협약.합방조약을 체결한 책임자 이완용과 그 각료들(朴齊純.任善準.高永喜.李秉武.趙重應.李載崑.宋秉畯 등)은 당연히 포함되었다.

셋째, 일제는 한일들을 직접적으로 총독부의 관료로도 임용하였다. 조선총독의 자문기구라는 중추원(中樞院)에는 부의장(1911년 金允植)과 고문(이완용을 비롯한 14명) 등에는 귀족들을, 그 아래의 찬의(20명), 부찬의(35명)에는 한말의 중급관료 출신들을 임명하였다. 또한 4명의 도장관(道長官)과 각도의 참여관(參與官) 13명을 비롯하여, 6∼7명의 경시(警視), 재판소의 판사(判事) 등에도 한국인을 임명하였다. 1910년대 초반에 전국의 모든 군의 군수도 한국인이었다. 가장 중요한 민중의 통제기구로, 총독부의 행정을 지방 단위에서 실현.지배하는 기구에 이용되었던 것이다. 이들 가운데 많은 수는 한말에 계몽운동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던 사람들이었다.

넷째, 일제는 유생층을 회유하는 방편으로 경학원(經學院)을 설치하였다. 경학원은 조선 구래로 부터 내려 오던 '유림(儒林)을 존중하고 석학(碩學)을 존중한 미풍을 장려(奬勵)'하여 '폐풍을 교정하고 양속(良俗)을 조장하여 일반 교화의 비보를 노력'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천황이 준 25만원으로 설립된 것으로, 유교의 인의충효사상이나 향약을 강조하였다. 유교에서 강조하던 조상숭배, 스승공경의 습관을 통하여 식민통치=천황에 순응하는 충량한 '신민(臣民)'을 양성하고자 하였다. 경학원의 강사들은 전국을 순회하며 강연회를 개최하여 민풍개량, 근검저축의 장려 등이 강조하기도 하였고, 궁극적으로는 총독부의 신정(新政)을 선전하였다.

그외 문명개화론, 부원개발론 등과 직접 연관이 있던 지주와 자본가들을 보호.육성하였다. 토지조사사업을 통한 식민지지주제의 창출, 회사령을 통한 자생적인 부르주아층의 억압이라는 조건 속에서 이들을 예속적인 지주, 자본가로 성장시켰던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종래 대한제국의 고급관료층, 총독부의 군수들이었고, 그 가운데 일부는 지방에 발달하였던 금융업(이른바 민족은행, 금융조합, 농공은행 등)의 주주들이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한상룡(韓相龍), 예종석(芮宗錫), 민원식(閔元植), 조진태(趙鎭泰) 등과, 박기순(朴基順).박영철(朴榮喆) 부자, 장직상(張稷相).장길상(張吉相) 형제 등이 그러하였다. 1916년에 만들어진 친일단체였던 대정친목회(大正親睦會)는 조중응(회장), 조진태(부회장)를 비롯하여 예종석, 한상룡 등의 자본가들이 참여하였다.

한편 이때에는 한말 계몽운동을 지도하였던 중심적인 사람들에 대한 회유도 행하였다. 그들은 대개 계몽운동의 개량적인 면에서 자연스럽게 친일세력이 되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적으로 회유하기도 하였다. 대표적으로 독립협회, 대한자강회의 회장이었던 윤치호(尹致昊)의 경우였다. 윤치호는 105인 사건으로 구속되어 있다가 일본의 '성은(聖恩)'으로 석방되면서 '우리 조선 민족은 일본을 믿고, 오직 믿을 뿐 아니라 피아의 구별이 없어질 때까지 힘쓸 필요가 있을 줄로 생각'하였으며, 그 이후 일본의 여러 유지 인사와 교제하여서 '일선(日鮮) 민족에게 행복이 되는 일이나 일선 양 민족의 동화에 참여하여 힘이 미치는 대로 몸을 아끼지 않고 힘써볼 생각'이라고 하였다. 그는 이 이후 친일파가 되었던 것이다.

친일파의 친일논리와 친일활동

(1) 일본 보호국 하의 문명개화론

친일파들이 형성되면서 제일 먼저 자연스럽게 제기되었던 논리가 바로 일본과의 제휴나 동맹을 통해 나라의 독립을 보전하자는 것이었다. 이 논리는 청일전쟁 당시부터 존재하였으며, 물론 일본이 개항 이후 줄곧 주장해오던 바이기도 하였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시모노세키(下關)조약 속에서 '조선의 독립'을 명확하게 보장한다고 내세웠으며, 또한 당시의 지식인들도 청나라로부터의 '독립'만을 강조하고, 이 '독립'이 일제의 침략 명분이었던 것에 대해서는 별 문제시하지 않았다. 특히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고난 후 지식인 사이에는 이런 인식이 더욱 확산되었다.

1904년 8월에 만들어진 일진회도 이런 논리에서 출발하였다. 일진회는 조선과 일본과의 관계를 '동일한 인종과 문화를 가진 입술과 이, 수레의 바퀴(脣齒輔車)처럼 밀접하고 불가분의 관계'라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통상 이래로 한국독립의 기초가 성립되고 자주권이 더욱 굳어졌으며, 특히 러일전쟁 이후에 그러하다고 하였다. 일진회는 러일전쟁을 의전(義戰)이라고 하면서, '북진수송대'라는 것을 조직하여 철도건설, 도로부설, 군수품 운반 등에 무상으로 봉사하였다.

일진회는 일본의 독립 보장과 지도 하에 '황실을 존안케하며, 생령을 보호하고, 외교를 화충(和衷)케 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며, 이에 따라 시국정치의 개량방책으로 ① 황실(皇室)을 존중케하고 국가기초를 공고케 할 것, ② 인민의 생명재산을 보호케할 것, ③ 정부개선 정치를 실시케 할 것, ④ 군정(軍政).재정(財政)을 정리케 할 것 등의 4대 강령을 내세웠다. 그리고 지방으로 세력을 확산하면서 그들과 동일한 강령을 내걸고 있었던 동학계열의 진보회(進步會)와 연합하였다.

이 연합 후 세력이 커지자 일진회는 '보호조약'이 체결되기 직전에 선언서를 발표하여 일본과의 보호조약 체결을 주장하였다. 그들은 일본이 '선진.선각국으로 동양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런 의협심에서 청일.러일전쟁을 치루었다고 하였다. 따라서 독립보전, 강토 유지는 일본황제가 세계에 공포한 것이므로 의심해서는 안되고, 오직 '우방의 지도에 순순이 의거하여 문명에 나아가서 독립을 유지하는 것이 가하다'고 하였다.

보호국으로 전락한 것을 일본의 보호 하에 독립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인식하였던 친일파는 따라서 보호국화를 주권의 포기로 여기지 않았다. 그 조약의 조문에는 명목상이나마 '한국의 부강의 실을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라는 단서조항이 있었고, 부강을 이루게 되면 언제든지 외교권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 조약을 사실상 주도하였던 학부대신 이완용은 그 조약의 체결과정에서 이런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는 일본이 2번의 전쟁을 치뤄 한국의 지위와 동양의 평화를 보전하였다는 점, 일본의 보호국이 되는 것은 한국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점, 조약체결을 요구하는 일본의 요구를 거부하면 일본이 어떤 수단을 사용하더라도 한국을 압박할 것이라는 점 등을 지적하면서, '부득이 조약을 체결해야 한다면 일본의 요구안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통감을 설치하되 그 권한을 외교에만 한정하고, 외교권은 우리 실력이 충실해지면 반환되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을 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조약의 체결 후 이완용은 '조약의 주된 뜻은 독립의 칭호, 제국의 명칭, 종사의 안녕, 황실의 존엄이며 단지 외교 한가지만 잠시 이웃 나라에 기대는 것이고, 우리의 부강을 기다려 되돌아 오는 날이 있다'고 하여, 오직 부강을 이루어야 한다는 점만을 강조하였다.

이런 생각에서 1907년 5월 총리대신이 된 이완용은 더욱 일본과의 적극적인 제휴를 주장하였다. 일본과는 지리적인 조건으로 가장 유리하고, 일본은 한국을 개발하겠다는 방침이 일관적이며, 그리고 일본이 한국을 병합할 수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고 한국의 독립을 부식하려는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열거면서, '안심하고 일본과 제휴하여 한국 독립의 실력을 양성하도록 노력'하자고 하였다. 그리고는 고종을 왕위에서 몰아내고 '한일협약'을 체결하여, '한국의 내정을 혁신하고 시국의 이해를 정돈하는 것은 선진(先進)의 지도를 받지 않고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이와같은 일본의 보호와 일본과의 제휴를 통해 친일파들이 추구하였던 것은 물론 부강(富强), 곧 문명개화와 실력양성이었다. 이완용을 비롯한 대한제국의 관료층들은 '보호조약' 이후 껍데기만 남아 있었던 사정에서도, 여전히 교육과 식산흥업의 발달을 통한 부강화를 지향하였다. 1907년 새로 임금이 된 순종은 '유신'을 강조하면서, '농상(農桑).상공의 장려와 부국의 개발, 내정 개선, 인재 등용, 국가에 긴요하게 쓰일 교육' 등을 다짐하기도 하였다.

문명개화론을 가장 열심히 추구했던 것도 일진회였다. 일진회는 스스로 민회(民會)라고 자칭하고, 황실 존중을 통하여 국가의 기초를 이루고, 이를 중심으로 행정권.입법권의 권력분립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 정치활동은 근본적으로 일진회와 같은 민회를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는 그들이 내세웠던 4대 강령을 실현하고자 하였고, 또한 '농상공업의 발달과 문명교육을 진보케 함이 우리 회의 의무'라고 강조하였다. 그들은 이를 '부원(富源)의 개발과 인문의 발달'이라고 하여 2대 목적으로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 일진회에서는 각종의 폐단 개선을 정부에 건의하였으며, 전국 곳곳에서 연설회를 개최하고, 학교를 설립하여 교육운동을 전개하였다. 또한 농업의 발달을 위하여 국민농업회사를 만들었으며, 부원 개발을 위해 부원연구회를 설치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일진회는 의병투쟁이 문명개화를 달성하는데 장애가 된다고 인식하고 의병의 무력토벌에 가담하였다. 이용구를 비롯한 지방의 일진회원들이 의병에게 피해를 받고 있었던 사정에서 그들은 의병을 동양평화를 해치는 '폭도'라 규정하고 자위단(自衛團)조직하였으며, 일본 헌병을 도와주고 정찰이나 경계의 임무를 행하였다.

(2) 합방 전후의 독립불능론과 합방론

문명국 일본의 지도에 의해 사회를 문명화하고, 실력을 양성하는 것이 약자였던 한국이 취할 수 있었던 최선의 길이며, 또한 이것이 동양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던 친일파들은 점차 시간이 지난수록 한국은 독자적으로 나라의 독립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결국 주권을 포기하고 일본의 직접적인 지배 하에서 '문명화'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합방론은, 한편으로는 일본의 적극적인 시정개선론, 문명개화론에 대한 기대와,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의 독립능력 결여, 독립불능론이 그 근거가 되었다.

'합방'을 둘러싸고 이완용.조중응 등의 내각과 송병준.이용구의 일진회 사이에는 치열한 '친일경쟁'이 일어났다. 이완용은 1907년 '한일신협약' 체결을 주도하고는 '한국정치의 실권이 실질적으로도 형식적으로도 모두 통감의 장중에 들어가 한국병합의 기운도 역시 어렵지 않게 되었고, 한국병합 경과의 제1보'를 이루게 되었다'고 자평하였으나, 합방론을 먼저 제기한 것은 일진회였다.

일진회는 설립한 이후 줄곧 '시정개선'이라는 명목 아래 내각을 집중적으로 성토하였다. 이런 점은 정부를 상대로 정책을 건의하고, 혹은 정부의 폐정을 지적.비판하는 것을 유일한 방법으로 택하였던 점에서도, 또한 직접적으로는 정권을 장악하겠다는 점에서 그러하였다. 일진회는 시정개선을 위해 정부의 모든 행정을 조사.연구하였고, 또한 각 부처에 대한 연구.조사위원을 선정하기도 하였다. 특히 인민의 재산.생명 보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조세수탈을 지적하였고, 관료층의 불법적인 수탈을 비난하였다. 이 결과 박제순 내각이 무너지고 이완용 내각이 성립되었으며, 일진회에서는 송병준을 농상공부대신으로 입각시킬 수 있었다.

이 이후에도 일진회는 이완용 내각 공격을 늦추지 않았다. 그들은 '이완용이 국정을 농락하고 전적으로 자기의 가족당으로 조직하는 수단으로 쓴다'고 하였고, 이에 대해 이완용은 '일진회는 그 당중 인사를 등용하는 것을 만족하지 않고 총리대신을 공격하여 현 내각을 전복시키려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완용은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송병준을 농상공부대신에서 내무대신으로 전임시키기도 하였다. 물론 이 이후에도 이완용 공격은 계속되었다. 정부를 공격하는 사안에 따라서 일진회는 계몽운동단체들과 연합하기도 하였다. 이런 내각 공격을 통하여 그 반대 급부로 일진회 회원 다수가 정권에 참여할 수 있었다. 송병준 외, 많은 회원들이 관찰사, 국장, 군수 등이 되었고, 일진회에서는 이를 자랑으로 삼고 있었다.

이런 대립관계에서 일진회가 먼저 '합방'을 제기하였다. 일진회의 합방론은 일본 우익의 침략이데올로기였던 '대동합방론'이었다. 이를 가장 철저하게 신봉하였던 사람이 이용구였다. 대동합방론에서 주장하던 '대동국(大東國)' 건설은 논리적으로는 물론 한국과 일본의 동등한 연방의 형태였다. 일진회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연방국 하의 한국은 자신들이 집권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일진회 내에서 합방론이 표면화된 것은 1906년 10월 경이었다. 일진회를 조직적으로 조종하고자 하였던 이토오와 일진회의 고문 우찌다(內田良平)는 송병준이 구속된 사건을 이용하여 '대동합방론'을 제시하였다. 이에 이용구는 "내가 평소부터 품어온 뜻도 역시 단방(丹邦. 樽井藤吉)씨의 소위 대동합방론에 있다"라고 하면서 이에 찬동하였다. 송병준도 연방설을 듣고는 '일한의 연합은 역시 한민의 이익으로, 그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현 황제의 재위 중에는 불가능하므로 폐위가 최급무'라고 합의하였다. 물론 이 두 사람의 구상에 차이가 있다고 하나 주권을 일본에게 바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였다.

이런 합의 후 그들이 합방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은 1909년 이토오가 살해되고난 뒤였다. 일진회는 먼저 대한협회, 서북학회와의 연합, 이른바 삼파연합을 통해 이완용 내각을 공격하다가 이를 '합방' 여론으로 이끌려고 하였다. 그러나 두 단체가 합방에는 소극적이자, 이와 결별하고 바로 '합방'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게 되었던 것이다. 1909년 12월 이용구는 '현금 나라와 백성의 급한 형세가 시일이 절박한즉 부득불 우리 황실을 존영케하고 우리 인민을 영원토록 복리를 누리게 하며, 위로는 정부로 부터, 아래로는 사회에 이르도록 점차 발전하기로 목적하여 만세무궁의 기초를 확정하고 정합방(政合邦)을 성립케할 것을 우리 황상폐하와 일본천황의 천총(天寵)을 관철하여 기어이 실행하자'고 하였다. 즉 일진회는 합방의 구실로 황실의 존중, 인민의 복리 향유, 정부와 사회의 발전을 내세웠던 것이다.

이완용은 '합방' 문제에서 선수를 일진회에게 빼았긴 꼴이 되자, 일진회를 견제하는 활동을 하였다. 우선 내각으로 온 합방청원을 거부하고, 일진회 부회장 홍긍섭(洪肯燮), 원임 총무원 한석진(韓錫鎭), 윤길병 등을 매수하여 탈회시켰다. 그리고 곧 반일진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여 대규모의 '국민연설회'를 조직하였다. 이 연설회에는 물론 반일적, 민족적인 차원에서 참가하였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주로는 일진회를 견제하려던 이완용 세력이 중심이었다.

그리고는 이완용은 스스로 이 합방을 추진하였다. 그의 비서였던 이인직(李仁稙)을 동원하여, '이완용 이상의 친일내각은 나올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스스로 합방의 일등공신이 되었다. 이때 이완용의 옆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도왔던 사람이 조중응이었다. 그들이 합방의 조건으로 요구하였던 것은 ① 국민산업의 방법에 대한 특별한 주의, ② 왕실에 대한 각별한 대우, ③ 국민교육을 발달시키기 위한 특별한 특별기구의 설치 등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상담역이 당시 중추원 의장 김윤식(金允植)이었다. 특히 김윤식은 조약을 체결하는데에 참고해야 할 명분들을 지적해 주기도 하였다. 즉 한국황제는 신민을 위해 결단을 내리고, 일본황제는 동양평화를 위해 이 부탁을 수용한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이 인민을 구제한다는 것 등이었다. 요컨대 그들은 교육의 발달, 국민 산업의 발달, 그리고 왕실의 안녕만 달성된다면 나라는 없어져도 관계없다는 것이었다.

이와같이 친일파 내부의 '친일경쟁' 속에서, 처음에는 일본의 보호와 지도 하에 문명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점차 일본의 침략이 가중되면서 아예 일본의 직접적인 지배 하에서 이를 추구하자는 '합방론'이 제기되었다. 이것은 그들의 논리이면서 또한 일제의 침략이데올로기였던 것이다.

(3) 3.1운동 전후의 독립불능론과 실력양성론

1910년대 친일세력은 일제의 식민통치 이데올로기였던 '합방'의 불가피성, 조선의 독립불능론(獨立不能論)을 주장하였다. 그들은 조선총독부의 정책을 선전하고 찬동하는 활동들을 통해서 일본의 지배와 지도 아래 문명화를 추진하고 내선일체를 달성하자고 하였다. 귀족의 작위를 받은 사람들은 조선귀족회(朝鮮貴族會)를 만들어, 귀족들의 식산흥업활동을 장려하기도 하였다. 그들은 식민당국의 '산업발전론'에 따라 회사, 은행간부, 부호 등과 실업구락부를 만들어 관헌의 지도 하에 수리 사업, 황무지 개척, 근검 저축 실천 들을 해야 하며, 이것이 부원개발, 산업발달, 근검저축을 이루는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그들이 이 산업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혹은 일본시찰단을 조직하여 일본문명을 찬양하고 이를 흡수할 것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가령 중추원 고문 박제순은 '합방' 직후 일본에 다녀온 뒤, 수년 안에 일본과 조선은 하나가 될 것을 확신하였으며, 일본의 지도에 의해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 일본 천황의 홍덕(洪德)에 감읍하고 목욕하기를 절실하게 바랬다.

많은 귀족들 가운데서도 가장 적극적인 친일활동을 했던 사람이 조중응이었다. 김옥균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그는 김옥균을 '일본과 제휴하여 동양의 평화를 개척한 선구자'라고 평가하여, 개화파의 개혁론을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는 일본지배하의 문명화를 명확하게 거론하였다.

우리 조선민족은 일심으로 문명개발을 향하여야 할터인데 그 방법은 동양에서 문명 선각자된 일본국기 하에서 천황폐하의 일시동인(一視同仁)하시는 그 대성의(大聖意)를 받들어 국가의 충량(忠良)의 신하가 되는 것이 제일이라.

라고 하였던 것이다. 그는 이러한 문명사회를 이루기 위한 일환으로 대정친목회(大正親睦會) 같은 친일단체를 만들었다. 이 단체는 이를 '식산흥업, 근검저축, 풍속교정 등을 달성하여 문명발달에 기여하는 것이며, 바로 내선인(內鮮人)의 융화를 이루는 것'이라고 자부하기도 하였다.

1910년대 총독부의 정책을 직접적으로 수행하였던 총독부 관료의 경우에서도 이런 문명화에 대한 기대는 대단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문명화의 핵심으로 게으름을 없애고, 저축심을 고양시키자는 민풍개선, 교육의 보급, 부원개발과 식산흥업 등을 거론하였다. 그러는 가운데 강원도장관 이규완(李圭完) 같은 사람은 일본국정에의 참정권을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만약 약 10년 정도 식산흥업을 통하여 일본의 문명수준으로 나아간다면 '일시동인(一視同仁)하는 천황의 적자(赤子)로 내지인(內地人)과 동등의 권리를 향유치 못하겠는가'라고 하면서, 참정권을 획득하여 국회의원이 됨은 물론이고 국무대신이나 외교관까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던 것이다.

이와 같은 친일세력의 독립불능론, 예속적인 실력양성론.문명개화론은 특히 3.1운동 후에 더욱 적극적으로 제기되었다. 물론 1910년대 총독정치를 직간접으로 도왔던 친일세력 가운데에는 3.1운동이 일어나자 매우 당황해 하였다. 조선총독부 중추원 부의장, 경학원 대제학이었던 김윤식(金允植)과 경학원 부제학이었던 이용직(李容稙)은 합동으로 일본정부에 '독립청원서(獨立請願書)'를 제출하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적극적이고 철저한 친일세력은 오히려 더욱 독립불능론과 실력양성론을 주장하였다.

그들은 모두 3.1운동을 '사리를 헤아리지 못하고 나라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자의 경거망동으로서 내선동화(內鮮同化)를 해치는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친일파들은 일제가 식민지배를 위해 명분으로서 제기하였던 일선동조동근론(日鮮同祖同根論), 일본우월론, 식민지배 행복론 등을 망라하였다.

윤치호는 3.1운동에 참여하라는 권유를 거부하면서 조선은 1차대전의 전쟁의 타격을 입지 않고 민족적으로 자결할 이유가 없고, 설사 독립한다고 해도 자립으로 불가능하고, 동양의 평화, 민족성의 근접으로 한일합병, 내선인 동화는 움직일 수 없는 것이며, 강자와 약자가 서로 상화상애하여 감에는 약자는 항상 순종해야하며 만약 약자가 강자에게 함부로 항거하면 강자의 노여움을 사서 결국 약자 자신을 괴롭히게 되는 일이 된다는 점 등을 지적하였다.

총독부의 고급관료 등의 친일파는 위와 같은 점외에 여러 논거를 제시하면서 3.1운동의 부당성과 식민정책의 정당성을 선전하였다. 즉 그들은 ① 당시 국제정세 상 조선의 독립은 불가능하다는 점, ② 민족자결의 원칙은 1차대전과 무관한 조선과 관련이 없다는 점, ③ 백인이 동양을 넘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은 동양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조선을 지배해야 한다는 점, ④ 총독부의 식민지배 이후 정치가 일신되고 산업.교육의 장려, 교통 운수의 편이, 사법의 공평, 경찰의 주밀에 의해 일반민중은 점차 안도하고 있다는 점, ⑤ 그리고 조선의 현상태로는 재정, 병력, 기술, 인물 등의 면에서 독립국의 체면을 유지할 실력이 없다는 점 등을 거론하였던 것이다.

3.1운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친일론을 강조하던 사람은 이완용이었다. 그는 3.1운동을 '불령(不逞)한 무리들이 선동하고 무지몰각(無知沒覺)한 아동들이 망동(妄動)'한 것으로 파악하였으며, '조선 독립의 주장이 허망하니 망동하여 생명을 사상(死傷)하는 화(禍)에 스스로 빠지지 말라'고 '경고'하였다. 그리고 그 전의 친일논리를 되풀이 강조하였다. 첫째, 조선과 일본은 상고 이래로 동족동족(同宗同族), 동종동근(同種同根)이므로, '일한병합'을 역사적 운명이며, 세계 대세의 순리라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동양 평화가 확보되며, 또한 조선 민족의 유일한 활로이며, 양자를 분리하면 양자의 자멸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 하였다. 둘째, 조선의 독립능력 부족, 실력부족을 강조하였다. '냉정한 두뇌로써 우리 조선 민족의 장래와 동양 평화의 영원한 대계를 심사숙고하며 현금 우리의 경우와 실력과 세상의 진운을 몰각하지 말라'고 하면서, 경거망동하는 무리는 조선민족을 멸망케 하며 동양평화를 파괴하려는 우리의 적이라고 지적하였다.

이런 차원에서 이완용은 앞으로의 식민정책의 방향까지 구상하여 건의하였다. 그는 조선의 장래 행복을 위해 '조선인이 일한병합의 의의와 그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하는 것이 최선의 양책'이라고 하였으며, 지방자치, 참정권, 병역, 교육, 집회, 언론 등은 생활 지식 정도에 따라 정당한 방법으로 요구하면 동정이 있을 것이라 하였다.

고양군수였던 민원식도 이완용 못지 않은 친일논리를 내세웠다. 그는 먼저 청일전쟁에 의한 조선의 독립, 동양평화를 위한 보호국화, 독립유지가 불가능한 점에서의 병합, 백인의 인종적 차별을 벗어나기 위한 동근의 조선과 일본의 결합 등을 거론하여 식민지배의 정당성을 지적하였다. 그리고 3.1운동과 같은 소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선은 동양의 화근이므로 동양평화를 위해서는 조선이 일본의 통치 하에 두는 것이 적당하다는 명확한 판단이 있어야 하며, 당시 국제 정세에서 일본의 동의없이 외교적인 활동을 통한 독립의 쟁취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설득하였다. 또한 일본의 지배 하에서 만약 민권 상에 요구할 것이 있으면 일본제국의 신민으로 정정당당히 요구하는 온건한 태도로 해야 하며, 앞으로 조선 민족에게도 참정권을 부여해야 하며, 교육기관의 증설, 엄중한 결사, 언론의 취체, 헌병경찰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요구들은 사실 1920년대 식민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적인 부문이었다.

그리고 이런 식민정책의 전환과 더불어 조선인은 더욱 실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되었다. 이완용은 당시에 추구해야할 최급무를 실력양성이라고 하면서, 천황의 일시동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인이 있고, 이들에 의한 차별에 대한 불만도 있지만, '우리가 내지인에 비하여 실력의 차가 없지 않다고 못하리니 도량을 크게 하여 가급적으로 그들에게 반성을 촉구하며 이해를 구할 것이요 결코 일시감정으로 일시동인하시는 성지(聖旨)를 오해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또한 민원식도 '조선인의 장래는 완미한 구사상, 구관습을 고수하지 말고 매왕전진하여 문명의 따르고자 하면 희망이 있다'고 하면서 '조선인의 정신적으로 교육의 보급을 기하고, 물질적으로 산업의 발달을 도모하여 내지인과 차별이 없는 충량한 국민이 됨을 열망'하였던 것이다.

적극적인 친일파를 중심하여 독립불능론, 실력양성론, 참정권이 주장되었던 것은 매우 의미 있는 것이었다. 특히 참정권은 문명화의 최고 단계, 곧 내지연장, 일시동인에 의한 문명화에 다달은 것이라는 판단에서 제기되었다. 예속적인 친일세력이 나아갈 수 있는 최고의 수준이었다. 1920년대 친일세력의 운동론이나 기만적인 식민정책들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물론 일제의 기만적인 지배논리 속에서 제기될 수도 있었지만, 친일세력의 논리적 발전, 변화과정에서도 가능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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